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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벼랑에 선 소규모 공연계, 예술혼 지켜줄 지원 아쉽다

논설 위원I 2021.03.10 06:00:00
얼마 전 서울시 마포구청의 한 공무원이 홍대 앞 라이브클럽에서 열린 인디 밴드의 공연을 단속하면서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 잔치 같은 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당연히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고 한다. 라이브클럽이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으므로 방역 수칙에 따라 공연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소규모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들이 이 소식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는 작지 않았다는 것이 공연계 후문이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받은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한 예매 사이트에 따르면 콘서트·뮤지컬·연극·클래식·무용 등의 지난해 전체 공연 티켓 판매금액은 1303억5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5.3%나 격감했다. 아티스트들은 물론 무대·조명·음향 등 공연 종사자들의 생계가 벼랑에 몰렸다는 뜻이다.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배우나 무용수들이 일용직 아르바이트에 나섰다는 소식은 새삼스런 것이 아닐 정도다. 그 중에서도 인디 밴드 주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뮤지컬·연극·클래식 등 공연은 거리 두기 2.5단계 수준에서도 ‘동반인 외 두 칸 띄어 앉기’나 ‘한 칸 띄어 앉기’를 할 수 있는 반면 대중 음악은 2단계 100명, 2.5단계 50명으로 관객이 제한된다. 인기 가수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콘서트를 열 수 있지만 인디 밴드들은 공연이 금지된 ‘일반음식점’ 외에 설 무대조차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지원책을 다양하게 내놓았어도 문화· 예술계에 대한 지원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이 중에서도 공연은 유흥이라는 인식 때문에 후순위로 밀린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화·예술 종사자들에게 무대는 직장이고, 공연은 생업이다. 특히 소극장 연극이나 라이브클럽 콘서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계가 더 막막하다.

인디 밴드와 뮤지션 67개 팀이 ‘우리의 무대를 지켜주세요’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제 1주일간 일정으로 시작한 온라인 릴레이 콘서트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격려 메시지를 보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이 돼 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연계의 사기와 열정을 북돋울 정부와 이웃의 관심, 지원이 화끈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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