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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재등장한 '매파' 美볼턴, 왜 목소리 커졌나

이준기 기자I 2019.03.06 04:43:04

워싱턴포스트, 볼턴 해부 기사 보도
각 세웠던 캘리·매티스 사임 후 파워 세져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한때 2선으로 물러선 듯했던 존 볼턴(사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전선의 전면에 재등장했다. 대북(對北) 매파로 잘 알려진 ‘미국의 안보사령탑’ 볼턴은 2차 회담 결렬 이후 CNN방송 등 3곳의 방송사에 잇따라 출연하며 하노이 회담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건넸다는 ‘빅딜’ 문서의 존재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앞으로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속적으로 펼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2차 회담 결렬 이후 1박2일 일정으로 북핵과 전혀 관련 없는 농촌지역인 아이오와주 디모인을 찾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움직임과 극명히 대비됐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입지를 강화한 볼턴을 집중적으로 해부하는 기사를 냈다. 제목도 ‘볼턴이 트럼프의 NSC에 두드러진 도장을 찍고 있다’였다.

볼턴의 재등장은 자신과 자주 충돌해오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차례로 옷을 벗으면서 자연스레 이뤄졌다고 WP는 썼다. 매티스 전 장관은 과거 회의를 너무 많이 했던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 달리 볼턴은 회의를 거의 열지 않은 데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할 땐 NSC 차원의 상임위원회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아 화를 낸 적도 있다.

WP는 10여 명의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해 볼턴이 자신의 역할을 부처 내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쪽에서 대통령이 청취해야 할 의견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쪽으로 재정의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읽거나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은 볼턴의 힘을 불리기에 충분했다. 볼턴의 정책이 상당 부분 관철된 배경이다. 가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공개발언에 대해 질책하기도 했지만, 그의 교체를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WP는 전했다.

볼턴의 힘이 막강해지자, 일부 부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접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성공적으로 이를 활용한 인물은 폼페이오 장관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과 매주 조찬을 함께 한다. 다만, 이들의 논의 내용은 다른 부처로 전해지지 않는다고 WP는 지적했다.

볼턴은 홀로 일하는 걸 좋아한다. 취임 초 NSC 직원들에게 ‘많이 듣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방문을 닫고 보고서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과거 맥매스트 보좌관이 전체 직원을 불러모아 자주 회의를 열었던 것과는 판이하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거의 없는 ‘이념적 소울메이트’를 NSC 고위직에 앉히면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WP는 “볼턴의 롤모델은 제럴드 포드 및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 NSC 보좌관으로 일했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라며 “스코크로프트는 여야 모두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볼턴은 그와는 정반대라는 평가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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