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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이 올린 개가

논설 위원I 2017.12.08 06:00:00
한국전력이 21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수주할 유리한 고지를 점유한 것은 모처럼의 낭보다. 한전은 그제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 누젠의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전이 누젠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일본 도시바와의 협상을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무어사이드 사업권을 확보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이은 대한민국의 두 번째 원전 수출이 이뤄진다.

한전의 영국 원전시장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우리의 원전 기술력이 세계 수준임을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 거대 자금력을 앞세워 ‘원전 굴기’를 노리는 중국을 꺾은 일등공신이 바로 기술이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올 6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 심사를 통과한 데에 이어 10월에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세계 5번째로 따냈다. 바라카 원전 시공 경험도 한몫 거들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우리 원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 방에 날린 것도 평가할 만하다. 적어도 5년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이 배제된 상황에서 수출길마저 막히면 국내 원전산업의 고사는 불 보듯 뻔하다. 원전업계는 이미 인력 일부를 정리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우리의 원전산업이 무너지면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만 좋은 일 시켜 줄 뿐이다.

청와대는 어제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환영할 일”이라며 뒷받침을 약속했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사업자가 공사비를 조달하고 35년 동안 전기를 팔아 회수하는 방식으로 한전 혼자 감당하기에 벅차다. 민관의 찰떡 공조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얘기다. 이번 인수전 승리는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대한 원전 수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차제에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가 바람직하다. 세계 최초 원전 건설국인 영국이 한국의 원전을 수입하고 일본이 후쿠시마 쓰나미 사고 이후 중단했던 원전의 재가동에 나선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에너지원의 다양화가 환경과 안전에 더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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