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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란법 합헌’, 진통 겪을 준비 됐는가

논설 위원I 2016.07.29 06:00:00
헌법재판소가 어제 공직자들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조항 등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으나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교육과 언론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 근거다.

이번 결정은 오는 9월 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혼선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2년 김영란법 제정안이 발표된 이래 그 내용을 두고 각계의 논란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3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시행령은 이미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고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그리고 국무회의 의결 절차만을 남겨놓은 단계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막아 우리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직자들에 대한 식사대접이 3만원 한도로 제한되며, 선물과 경조사비도 각각 5만원, 10만원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접대문화가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들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배경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법 시행을 불과 2달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전반적인 경제위축 가능성을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농·축·수산업 분야에 대한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관공서 주변의 한정식집 가운데서는 진작 문을 닫아버린 경우도 없지 않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자동차·SK·LG 등 주요 그룹사 임원들이 법 시행 이후의 골프 약속을 모두 취소하는 등 파장이 확대될 조짐이다.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진통이다.

이번 합헌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재판관들의 위헌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돼야 한다.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게 불가피했다면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영향력이 큰 다른 직종도 포함시키는 게 상식적이다. 더욱이 당초 법안에 포함됐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이해충돌 조항도 어떤 식으로든 되살릴 필요가 있다. 법을 세련되게 다듬어야 하는 과제가 다시 국회로 넘겨진 셈이다.

헌재, 김영란법 합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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