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국민연금, 어쩌나” 불안가중…4050대, 노후 준비 ‘각자도생’

황병서 기자I 2023.05.30 06:04:00

[대한민국 나이듦, 4050세대]④
정치권도 못푼 연금개혁, 4050대도 ‘답답’
“더 낼 수밖에” vs “억울해, 차라리 지금대로”
“연금제도 답없어 주식 공부한다”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영민·김영은 수습기자] 정부와 정치권도 풀지 못한 ‘난제’ 연금개혁. 머지않아 수령자가 될 4050세대들은 개혁 방향에 있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대로면 피할 수 없는 연금고갈을 막기 위해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처럼’을 원하는 입장이 갈렸다. 다만 연금으로 노후를 버티기 힘들 거란 불안과 ‘각자도생’의 처지에 놓였다는 인식은 대체로 일치했다.

이데일리가 29일 심층인터뷰한 4050세대 10명은 모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현재 4050세대가 연금을 한창 수령해야 할 2055년에 연금이 고갈될 것이란 정부 추계 발표의 영향이었다.

전문직 종사자인 서모(49)씨는 “이미 10년 전에 많이 내고 덜 받게 바꿨어야 했다”며 “개혁은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복지사인 강모(57)씨는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은 많은데 낼 사람이 적지 않나”라며 “국민연금 받으려면 꽤 남았는데 그때 가서 정말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년연장까지 더해 연금개혁 문제의 해결방안엔 의견이 분분했다. 학원강사인 김모(48)씨는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정년과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고, 더 내고 덜 받는 걸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조무사 송모(52)씨는 “65세에 정년퇴직하는 건 개인과 사회 모두에 낭비”라며 “정년 늘리고 연금을 늦게 받으면 될 것 같은데 더 내라면 경제적인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전문직종사자 이관병(56)씨는 “많이 냈는데 적게 받으면 억울한 사람 많지 않나”라고 반문했고, 강씨는 “내가 낸 만큼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데일리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세대 의식 국민 조사’ 결과에선, 전체 응답자의 80%에 육박하는 압도적 다수가 연금개혁에 찬성한 가운데 40대는 ‘많이 내고 많이 받는 안’(34.4%)을, 50대는 ‘현상유지’(28.1%)를 선호하는 걸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투자 운용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마이너스 8.28%라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후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부 김모(55)씨는 “엉뚱한 곳에 투자해서 날려먹은 게 아니냐, 제대로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놨다.

연금에 대한 기대가 불안으로 바뀌면서 4050세대의 노후 준비는 각자의 몫이 됐고, 불안은 또 가중되는 모양새다. 서씨는 “연금제도에 답이 없으니 사람들이 금융소득을 기웃대고, 나도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주위에선 부동산, 주식, 코인 등 각자도생으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들 한다”고 했다. 주부인 강모(55)씨는 “국민연금에 건강보험제도가 있어도 실비보험, 치매보험, 간병인보험 등을 따로 드는 게 결국은 우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 아니겠나”라고 했다.

한편 이데일리 여론조사에서 ‘노인을 위한 국가 시스템 만족도’는 50대에서 가장 낮은 11.3%로 나타났다. 40대 역시 12.3%에 불과해, 60대(32.5%)와 70대 이상(40.1%)보다 오히려 낮았다.

위 기사와 무관함.(이미지=게티이미지프로)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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