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의원의 반대가 ‘169석’이라는 거대 야당의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요. ‘1석’에 불과한 소수정당 의원의 결정에 대해 비판을 퍼부으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발언까지 나오며 당 안팎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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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8월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집중 수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이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검찰과 경찰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자 민주당이 맞불을 놓기 위해 내놓은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이는 명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난관을 만났습니다. 조 의원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추석 밥상을 짜증나게 하는 특검법 추진에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조 의원은 “특검이 추진된다면 모든 민생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모습이다”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죠.
조 의원이 반대하면서 민주당의 계획은 상당 부분 어그러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현재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 맡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민주당도 당연히 이를 알고 있었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한 국회 통과가 현실적인 목표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거부를 한다 해도 일단 특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정치적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법사위 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 민주당(10명)으로서는 법사위 비교섭 단체 인원인 조정훈 의원의 찬성표가 절실했습니다. 조 의원이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이라는 카드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당 등의 협조를 얻어 180석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지만, 여러 정치적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 없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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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런 상황이 된 민주당에서는 조 의원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박범계 의원의 경우 더불어시민당(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출신인 조 의원의 이력을 두고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며 압박했습니다. 민주당 덕에 국회의원이 됐으면서 왜 민주당의 뜻에 반기를 드냐는 우회적인 비판이었죠. 아울러 장경태 최고위원은 “그 역사적 책임은 아마 본인이 혼자 지시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더 문제가 된 건 민주당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의 후폭풍이었습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불을 지핀 것이죠. 의원들의 발언 후 이들 지지자들은 조 의원을 향해 문자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매일 800통에 가까운 항의 문자가 보내지고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죠.
조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이지매(イジメ·특정 인물을 따돌리거나 놀리는 행위) 당하는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민주당 의원들의 판단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조응천 의원도 “국회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옛날에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타고 들어오지 않았나. 그렇게 들어왔으면서 지금은 다른 얘기를 하느냐고 말하는 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국회 소수정당을 비롯한 비교섭단체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다소 의아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당시에도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안건조정위에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해 이를 대체하는 이른바 ‘꼼수 탈당’이라는 전략을 쓴 바 있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300명 각각은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막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곧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