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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비닐봉투 이어 페트병도 혼란…마음만 급한 재활용대책

박일경 기자I 2019.03.10 08:10:00

[헛도는 폐기물 종합대책]②현장 혼란은 여전
2021년까지 유색 페트병 퇴출…업계 이의신청 많아
“강행규정 아냐” 물러서…금지보단 비용분담 선회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금지도 안내 스티커 부착 뿐

부천시 한 할인마트에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이 문제가 되자 환경당국과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이를 완전 퇴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 대안을 찾지 못한 제조사와 유통업계 반발로 10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어떤 품목을 언제부터 생산 금지 목록에 포함시킬지, 강제성은 어느 정도로 할 지 등을 정하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퇴출 시기와 목표만 정해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 업계 거센 반발에 1년 만에 후퇴

정부는 플라스틱 등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은 포장 용기가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관행을 막고자 시행령과 규칙에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에 대해 생산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고 있다.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재활용법)의 하위법령 개정안을 당초 지난달말까지 마련하고자 했는데 이달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개정한 재활용법과 행정예고를 통해 업계 의견을 수렴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되면서 정부와 업계 간 이견 조율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롯데칠성음료·빙그레 등 19개 대형 생산자와 업무협약을 통해 유색 포장용기 무색 전환 로드맵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반발이 크자 생산금지가 아닌 강제성이 한 단계 낮은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포함해 제품업체에 생산자 처리 비용을 추가 부담하는 고시 개정안을 이달 중에 마련하기로 했다. 반드시 투명 용기로 포장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니라는 뜻. 2021년까지 유색 페트병 퇴출 계획을 발표한 지 1년도 안돼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색 페트병 퇴출은 맥주 용기에 한정한 논의로 다른 유색 용기 제품에 대해 퇴출 시기를 언제로 정할지는 관련업계와 협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색 페트병 퇴출은 강행규정은 아니며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정부 노력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자 하는 업체에서는 처리비 증액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제품 인지도를 유지하고자 새 용기 교체에 따른 마케팅비 지출과 처리비 추가 부담분을 감안해 그대로 유색 용기를 고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페트병 라벨 분리 기술 표준 도입도 늦어져

정부 목표와 재활용 현실도 너무 동떨어져있다. 2015년 기준 국내 페트병 중 재활용이 가장 쉬운 1등급 페트병은 1.8%에 불과하다. 또한 2016년 말 분리 배출돼 나온 재활용 폐기물 중 38.8%가 재활용할 수 없는 물질이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목표 달성이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또한 2022년까지 유색 페트병 퇴출과 분리 배출된 폐기물 중 재활용 불가능한 이물질 비율을 1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이 목표를 맞추려면 페트병 색을 투명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활용이 안되는 라벨과 페트병이 잘 분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김미화 자연순환연대 이사장은 “여러 쓰레기를 한 번에 압축해서 배출하는 까닭에 재활용이 어려운 것”이라며 “재활용품이 폐기물화되는 과정을 진단하고 감시해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재활용을 저해하는 일반접착제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페트병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물로 세척해 쉽게 분리·제거하는 접착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정책과 다른 재활용 분리 기술을 갖춘 기업의 반발이 커 올 12월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일회용컵 비닐봉투 규제도 현장선 계속 혼란

페트병에 앞서 손본 일회용컵이나 일회용 비닐봉투 규제도 업종별·제품별·사업장 규모별 적용기준을 너무 세분화하면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고 계도기간이 이달 말로 끝나 다음 달부터는 위반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는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조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비닐봉투 사용금지 대상에 해당하는 165㎡(약 50평) 이상 마트에 있어 계산대 옆에 부착할 수 있는 안내 스티커 배포를 완료한 게 전부다.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머그잔으로 받지 않고 일회용 컵에 받은 경우엔 가게 내 이용이 금지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올 들어 본격 시행이지만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직도 규모가 작은 로컬 커피숍에선 예전과 변함없이 일회용품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나서야할 정부가 되레 일률적이고 일괄적인 쪽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고심 중”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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