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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년]④고공비행 지지율 '양날의 칼' 우려

김재은 기자I 2018.05.08 05:00:06

협치 내걸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야권과 협치는 `글쎄`
야당 분열 갈등 머물러..손내밀어야 하는 대통령
청와대면 다 통한다?..국회 정당 설 곳 `잃어`
국민청원 둘러싼 엇갈린 시선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촛불을 든 국민들. 사상 첫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통령 선거. 그리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반세기에 불과한 한국 민주주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못지 않게 2017년 19대 조기 대선은 한국 사회에 큰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의 특수성만큼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 덕에 비웃음거리였던 신베를린 선언을 시작으로 한반도 운전자론이 자리를 굳혔고, 11년만에 남북정상회담도 성사됐다. 문 정부는 이제 막 집권 2년차에 들어섰을 뿐이다.

취임 1년이 지나도록 꺾일 줄 모르는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은 양날의 칼이다. 문재인 정부로선 청와대를 중심으로 힘있는 국정운영을 펼칠 수 있지만, 삼권 분립 체제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갈등과 분열의 정치지형이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을 가속화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협치 내걸며 국회 찾은 文대통령…삼권분립 ‘글쎄’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열흘만인 지난해 5월 19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팽팽한 대치정국을 풀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취임 한달여만인 지난해 6월 12일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경 통과를 호소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 시정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1일에도 429조원 규모의 2018년 예산안 처리와 협치를 호소하며 두번째 시정연설에 나섰다.

취임 1년이 됐다. 여야정 협의체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과 4당대표가 외교안보 분야는 청와대가, 입법 관련은 국회 주도로 하는 여야정 협의체 투트랙 운영에 뜻을 모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이 자리에 제 1야당 자유한국당이 빠진 탓일까? 지난해 7월 당대표를 맡은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의 ‘쇼통’에 놀아나지 않겠다며 한사코 청와대 방문을 거절했다. 홍 대표는 지난 3월에서야 처음 청와대를 찾았다.

내각 구성에서는 캠코더(캠프인사,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야당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말뿐인 협치’라며 집단 반발했다.

결국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이 집권 초 줄줄이 낙마했다.

지난 달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외유성 출장 논란에 스스로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사법부) 소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법성 여부를 물은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사법부에 판단을 넘긴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며 “삼권분립의 측면에서 꼭 필요했다면 총리가 나서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은 협치를 얘기했지만, 야당과 정치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분열과 갈등의 정치에 머물러 있다”며 “대통령을 적대시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야당도 문제지만,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책임총리·장관제 ‘유명무실’ 지방분권 어디로?

“국회나 정당이 의제설정 기능을 잃고 있다. 국민들이 답답해하거나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으면 청와대 청원 사이트로 가져간다. 청와대가 응답하면서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돼있는 관심사를 슬금슬금 표 안나게 당겨먹고 있다.”

이는 한국당이나 보수야당의 발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친구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의 얘기다. 지난해 11월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국민청원’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현 정국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인 만큼 의회나 국회를 통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직접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반론도 있다. 권 실장은 “우리나라 권력구조를 봤을 때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과정”이라며 “다만 과거 정부와 대통령이 이같은 방식에 매우 미흡해 국민청원이나 공론화 여론수렴이 어색해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집권 초 국정운영 동력이 있을 때 힘있게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책임 총리·장관제를 내걸고, 대통령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까지 발의한 문 대통령이라는 점에선 모순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방분권에 대해서도 현재 제도 하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지리멸렬한 야당과 제 목소리를 못 내는 여당으로 인해 국회(입법부)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것도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을 막지 못하는 주된 이유중 하나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돼 있지만, 청와대 이외의 외교안보 관련 부처의 존재감을 찾긴 어렵다.

강 교수는 “청와대 기획과 주도, 각 부서 집행이라는 과거 방식 대통령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청와대에 힘이 집중되면 소수에 의해 국정이 좌우돼 의사결정 왜곡, 부패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여론분석실장은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지만, 경제문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세 꺼질 수 있다”며 “민간부분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문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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