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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으로 튄 `ELS` 불똥.."문의 많지만 환매는 제한적"

최정희 기자I 2016.01.30 06:00:00

지난해 4대 은행 28조원 가량 팔아
뒤늦게 `고객 서명` 폐지..설명 의무만 강화키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해 5월 은행에서 ELS(주가연계증권)에 가입했어요. (예금)금리가 1%대여서 은행 직원 권유로 가입하게 됐는데 가입 이후 40% 가량 뚝뚝 떨어지네요.”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 논란이 은행권으로 번지고 있다.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신탁(ELT)이나 주가연계펀드(ELF) 상품 역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ELS를 직접 판매할 수 없어 특정금전신탁이나 펀드에 ELS를 넣는 ELT, ELF 형태로 상품을 팔고 있지만, 손익구조는 ELS와 같다.

한편에선 어려운 상품 구조로 인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에서야 분쟁시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적합 금융상품 거래 확인서 등에 대한 고객 서명을 폐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 반년 만에 골칫거리된 ELS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에만 ELT, ELF를 28조원 가량 팔았다. 은행들은 지난해 수수료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고위험 상품인 ELT, ELF의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하반기에는 금융당국에서 불완전판매를 단속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핑(금융당국 직원이 일반 고객처럼 위장한 후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살피는 것)’을 벌일 정도로 판매 열기가 높아졌다.

그러나 반 년만에 ELT, ELF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6~7월까지만 해도 홍콩H지수는 13000~14000선이었으나 계속해서 하락하더니 26일 7000대로 추락했다. 대부분 홍콩H지수의 하락을 기대하고 투자한 것이지만 하락폭이 예상보다 더 컸던 것이 문제였다.

특히 지난해 15조원 가량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팔았던 국민은행의 ELT, ELF는 대부분 ‘녹인(knock-in)’ 구간을 설정한 상품을 판매해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수가 한 번이라도 사전에 정한 지점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만기 때까지 회복하지 않으면 원금이 떼이는 상품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노녹인(no knock-in)’ 구조로 설계해 만기 때까지 60%를 충족했는지 여부만 따져 원금 손실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신동일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녹인 구간 아래로 떨어졌더라도 만기가 2년이나 남은 데다 그 때까지 70% 수준으로 다시 회복된다면 손실을 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H지수가 1만4000선일 때 가입했고 녹인 구간이 60%(약 8400)라면 이미 녹인이 됐지만 만기 때 70%(약 9800) 이상으로 회복되면 원금은 건질 수 있단 얘기다.

신 팀장은 “슈퍼리치들은 최근 H지수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6개월 조기상환(소폭 추가하락)을 기대하고 9~10%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며 “50~100억원 한도로 상품이 나왔는데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관련 문의가 많이 오지만, 환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 불완전 판매 논란에 뒤늦게 고객 서명 폐지

은행권에선 지난해 ELT, ELF 판매가 급증했지만 불완전판매는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이 관련해 미스터리 쇼핑을 했는데 2회 연속 최우수등급을 받았다며 불완전 판매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투자상품은 투자성향을 파악해 ‘안정형’, ‘안정추구형’으로 분류된 투자자에겐 고위험 상품인 ELS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은행 직원 권유로 ELT, ELF 등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가 ‘부적합 금융상품 거래 확인서’와 ‘투자 권유 불원 확인서’에 서명하면 은행으로선 면죄부가 된다. 이는 투자자 스스로 본인 투자성향과는 부적합한 상품에 가입했고, 투자 권유가 필요없다는 확인서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런 방식의 서명 확인이 분쟁이 생겼을 경우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지난달 이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스스로 본인의 투자 성향과 상품의 위험등급을 기재해 본인에게 맞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을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서명 확인이 고객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판매사에겐 면피용으로 작용해 이를 개정키로 한 것”이라며 “다만 전산 작업에 시간이 걸려 4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국민은행은 상품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및 조기상환 시기 등 상품 설명을 고객들에게 문자로 보내주는 등 모니터링 콜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된다면 손실을 본 만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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