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014 만추, 서울의 '밤빛'에 취하다

강경록 기자I 2014.11.18 06:40:00

늦가을 낭만을 찾아서...서울 야경명소
청계천 따라 즐기는 화려한 세계유산, 서울빛초롱축제
600년 한양도성 올라 내려다 본 밤풍경, 낙산공원 성곽길
미디어아트 보며 산책하고 식사하고, 세빛섬
사방으로 트인 시내 전경 '불빛의 향연', 남산 N서울타워

서울빛초롱축제가 열리는 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빙어등’. 올 겨울 열릴 예정이던 국내 최고의 겨울축제인 ‘빙어축제’가 가뭄 탓에 취소되자 인제군은 서울빛초롱축제에 대신 참가, 빙어등을 밝혔다. 알록달록한 빙어등이 빛을 내자 청계천은 거대한 연못으로 변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입동이 지났으니 이제 진짜 겨울로 들어선다. 거리 위에 흩어진 낙엽처럼 가을도 그렇게 힘없이 떠나가 버렸다. 그래서 더욱 스산해진다. 어디론가 여행을 가기엔 움츠러드는 늦가을, 그렇다면 서울의 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의 늦가을은 생각보다 스산하지 않다. 되레 화려하게 빛난다. 답답했던 잿빛 건물군은 눈부신 빛의 축제를 펼치고,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의 휑한 철제구조물은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다닥다닥 모여있는 달동네의 전경도, 꽉 막힌 차량행렬도 어둠이 조화를 부리기 시작하면 보석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멋진 그림이 된다. 그렇게 서울의 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가까이 있는 만큼 너무 친숙해 신비감이 없는 곳. 하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여전히 서울에는 생소한 장소와 재밋거리가 많다. 물길따라, 성길따라, 섬길 따라.

서울의 밤은 화려하게 빛난다. 답답했던 잿빛 건물군은 눈부신 빛의 축제를 펼치고, 한강을 가로지른 다리의 휑한 철제구조물은 색동옷으로 갈아입는다. 다닥다닥 모여있는 달동네의 전경도, 꽉 막힌 차량행렬도 어둠이 조화를 부리기 시작하면 보석을 흩뿌려놓은 것 같은 멋진 그림이 된다(사진=한국관광공사).


▲청계천 물길 따라 즐기는 화려한 등길 ‘서울빛초롱축제’

서울의 밤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서울초롱빛축제 덕분이다. 2009년 서울등축제로 시작해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한 행사. 청계광장부터 수표교까지 1.2㎞에 걸쳐 다양한 등(燈) 작품을 전시, 청계천 일대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이번 테마는 ‘서울의 빛나는 세계유산’. 4개의 세부주제로 전시된다. 늦가을 추위에도 저녁 무렵에는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청계광장 입구에서 가까운 첫 번째 존에는 창덕궁 인정전·훈민정음·동의보감·종묘제례악과 관련된 등이 설치돼 있다. 한국의 주요 문화유산을 청계천 위에 현실감 있게 살려 놓았다. 창덕궁 인정전은 역대 등 작품 중 최초로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두 번째 테마존은 광교부터 장통교까지다. 국내 지자체와 해외에서 초청한 등을 설치됐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토속 아이템과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 이색적이다.

장통교부터 삼일교까지는 세 번째 테마인 기업체 브랜드 및 캐릭터 등이 설치됐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라바, 뽀로로, 또봇 등 익숙한 캐릭터를 형상화한 등불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극대화해 동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삼일교에서 수표교에 이르는 마지막 테마존에서는 국내 작가들의 라이트아트 작품을 선보여 전문적이고 세련된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가 전부는 아니다. 축제 현장에서는 소원기와로 종묘정전 완성하기, 세계유산아트북만들기, 한지등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가 열린다. 물론 각 지자체와 기업에서 꾸민 부대행사도 구경할 수 있다. 8m 높이의 대형 LED 소망트리와 소망등은 행사 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제작된 것으로 추위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희망을 느낄 수 있어 의미를 더한다. 트리에는 표구철 작가의 희망을 상징하는 ‘구름물고기’가 걸려 있고, 그 옆 소망창에서는 시민들과 외국인들의 소망 하나하나가 소개된다. 광교갤러리에서는 ‘구름물고기’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청계광장교차로 △23일까지 오후 5~11시

△대중교통: 지하철 시청역 4번 출구, 종각역 4·5번 출구, 을지로입구역 2·3번 출구, 광화문역 5번 출구

△홈페이지: seoullantern.visitseoul.net

서울빛초롱축제가 열리는 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빙어등’. 올 겨울 열릴 예정이던 국내 최고의 겨울축제인 ‘빙어축제’가 가뭄 탓에 취소되자 인제군은 서울빛초롱축제에 대신 참가, 빙어등을 밝혔다. 알록달록한 빙어등이 빛을 내자 청계천은 거대한 연못으로 변했다(사진=한대욱 기자).


▲달빛따라 600년 역사길 ‘낙산공원 성곽길’

서울빛초롱축제의 시작점에 전시된 ‘한양도성’. 600년 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성곽이다. 원래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성부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도성이다. 태조 이성계는 한양 천도 후 이를 감싸는 성곽을 약 18㎞에 걸쳐 쌓았다. 12만명이 동원돼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능선을 잇는 성곽과 성문을 축조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제는 근대도시 발전이란 미명 아래 경성시 구역 개수계획이라는 것을 만들어 성문과 성벽을 무너뜨렸다. 게다가 6·25 전쟁을 거치며 상당 구간이 훼손됐다가 1974년 복원사업이 시작돼 현재는 약 70% 구간의 복원작업이 완료됐다. 201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자격이 부여되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서울 성곽길은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등 네 구간으로 조성돼 있다. 그중 낙산공원 성곽길은 야경 명소다. 지하철 동대문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쪽에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천천히 쉬엄쉬엄 걸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호젓한 길이 있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낙산공원에 가기 전 이화동 벽화마을에서 잠시 쉬며 서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양도성의 조그만 암문을 통해 충신동, 이화동, 창신동을 안팎으로 넘나드는 재미도 쏠쏠하다. 낙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은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낙산길 54

△낙산공원 전시관은 24시간 개방, 낙산전시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중교통: 지하철 동대문역 1번 출구, 혜화역 2번 출구 마로니에 공원서 기업은행 방향

△홈페이지: parks.seoul.go.kr

서울 성곽길 낙산의 야경 제1포인트인 낙산정. 어두운 밤, 정자에 올라서면 막힘없이 서울의 밤을 내려다볼 수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섬길 따라 걷는 한강의 밤 ‘세빛섬’

서울에 섬이라고 하면 왠지 낯설다. 하지만 무인도 밤섬 말고도 한강에는 네 개의 섬이 있다. 그간 운영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초구 반포동 한강 반포대교 남단에 있는 세빛둥둥섬이 지난 10월 세빛섬으로 개명하고 새롭게 개장했다.

세빛섬은 총면적 5478㎡(약 1660평)로 가장 큰 가빛섬과 한강 조망을 갖춘 레스토랑이 위치한 채빛섬, 현재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솔빛섬과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아트 갤러리 공간인 예빛섬 등 총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부체 위에 건물을 짓는 플로팅 형태의 건축물로 형성됐다. 가빛섬과 솔빛섬, 채빛섬의 주요섬들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빛과 조명에 힘을 쓴 인공섬인 만큼 밤에 더욱 아름다운 광경을 즐길 수가 있다. 가빛섬에 위치한 가빛섬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 한강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이용할 수 있다. 채빛섬은 레스토랑 외 1층에는 쇼핑이 가능한 상점들이 입점될 예정이며, 솔빛섬은 앞으로 수상레저시설을 운영하면서 한강에서의 체험활동의 기회를 넓힐 계획이다.

△서울시 서초구 올림픽대로 683

△대중교통: 지하철 고속터미널 8-1번 출구(약 650m, 도보 약 15분 소요)

△홈페이지: www.somesevit.co.kr

서울 한강 반포대교 남단에 위치한 세빛섬이 오색찬란한 야경을 뽐내고 있다. 한강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인 세빛섬은 가빛섬·채빛섬·솔빛섬·예빛섬 등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인공섬이다(사진=효성그룹).


▲파노라마 펼쳐진 서울의 야경 ‘N서울타워’

사방으로 탁 트인 서울 전경이 압권이다. N서울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야경은 수많은 불빛이 뿜어내는 빛의 향연에 아찔할 정도다. 이곳은 예로부터 백년해로의 길지로 알려져 저녁이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로 붐빈다. 360도 회전하는 전망대는 아름다운 서울의 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층인 T2는 서울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 아래 한양도성 목멱구간을 따라 인왕, 백악, 낙산 구간이 시야에 잡히는 최고의 장소다.

남산타워라 불리던 N서울타워는 1975년 당시 방송 송출 전파탑으로 세워졌다가 1980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2005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남산 정상에 있는 N서울타워는 타워 높이까지 더하면 약 480m에 이른다.

남산은 사실 옛부터 인기 여행지였다. 북악산과 인왕산은 궁궐 가까이 있는 데다 바위투성이 돌산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남산은 숲이 우거지고 골짜기마다 절승지여서 양반과 서민의 놀이터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명나라 사신이 남산에 올라 구경했다는 기록에서 보듯 외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코스였던 셈이다.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 2가 남산공원길 105

△평일·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토요일은 자정까지

△입장료: 대인 9000원 소인 7000원

△대중교통: 2·3·5번 남산순환버스 이용, 자가용 이용시 인근 주차장에 주차 후 순환버스 이용

△홈페이지: www.nseoultower.com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에 올라가면 서울시내를 한눈에 돌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연인들이 즐겨찾는 또 다른 명물인 ‘사랑의 자물쇠’가 있다(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23일까지 열리는 ‘서울빛초롱축제’. 청계광장 입구에서 가까운 첫 번쩨 존에는 창덕궁 인정전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문화유산을 청계천 위에 현실감 있게 살려 놓았다(사진=강경록 기자).
서울 청계천에서 열리는 ‘2014 서울 빛초롱 축제’에 참가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모전교’에 설치된 외환은행 빛터널에서 만추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서울 청계천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빛초롱축제에 설치된 한성도성.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를 준비 중인 한양도성을 등으로 표현해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사진=강경록 기자).
서울 청계천은 환히 밝히고 있는 빛의 향연 ‘서울빛초롱축제’.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청계천에 나와 서울빛초롱축제를 즐기고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서울빛초롱축제가 열리는 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빙어등’. 올 겨울 열릴 예정이던 국내 최고의 겨울축제인 ‘빙어축제’가 가뭄 탓에 취소되자 인제군은 서울빛초롱축제에 대신 참가, 빙어등을 밝혔다. 알록달록한 빙어등이 빛을 내자 청계천은 거대한 연못으로 변했다(사진=강경록 기자).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23일까지 열리는 ‘서울빛초롱축제’. 청계광장 입구에서 가까운 첫 번쩨 존에는 창덕궁 인정전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문화유산을 청계천 위에 현실감 있게 살려 놓았다(사진=강경록 기자).
서울빛초롱축제에 전시된 ‘필리핀 카피즈 전등’. 필리핀의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가장 사랑 받는 상징물로 빛에 따라 신비로운 색채감을 뽐낸다(사진=강경록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