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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대표 "하울의 성, 보지만 말고 만져보세요"

이윤정 기자I 2014.09.03 06:41:00

호시노 코지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 내한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개막 맞춰
한국서 인기 끌었던 명작 6편 엄선
명장면들 모아 현실감 있게 꾸며
"지브리, 디지털기술 결합으로 변화 모색"
내년 3월1일까지 현대 아이파크몰 6층 특별전시관서

호시노 코지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는 2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현대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간담회에서 “주요 작품을 압축해 놓은 이번 서울 전시가 지난해 일본에서 했던 전시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팬들이 스튜디오 지브리 자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현대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들어갈 것이다.”

호시노 코지(58)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 대표가 본격적인 지브리의 변화를 예고했다. 호시노 대표는 2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현대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 간담회에서 “지브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업계가 변화하고 있다”며 “100%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그간의 제작방식을 바꾼다는 건 쉽지 않지만 천천히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국 할리우드의 디즈니, 픽사와 더불어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꼽히는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와 다카하타 이사오(78)가 1985년 설립했다.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을 비롯해 ‘이웃집 토토로’(1988), ’붉은 돼지’(1992),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수많은 히트작들을 제작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미야자키 감독의 공식은퇴 선언에 이어 지난 7월 지브리 역시 “신작 발표는 없다”며 사실상의 해체를 발표해 수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와 같은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호시노 대표는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를 발표했지만 그건 지브리와는 별도”라며 “지브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야자키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디렉터를 맡아 현재 NHK 방송에서 3D와 CG를 활용한 TV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작업에 대한 고집은 분명히 이어가겠지만 디지털기술과의 결합은 필수불가결한 변화의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입체조형전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3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6개월간 현대 아이파크몰 6층 특별전시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브리의 명작을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게 구성했다. 지브리의 6개 대표작인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폼코코 너구리 대작전’ 등의 명장면을 현실 속에 재현해냈다. 호시노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을 엄선했다”며 “작품 하나하나의 세세한 부분까지 봐주길 바란다. 아주 작은 것까지 신경 써서 만드는 지브리만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브리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유명 감독들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호시노 대표는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월트디즈니 재팬사장을 맡아 외국의 애니메이션을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은 입장이 완전히 역전됐다. 지브리 작품의 팬들은 작가와 감독에 대해 상당히 존경심을 느낀다.” 호시노 감독의 이 말에는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대규모 마케팅을 통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묻어나왔다. “물론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를 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 안팎에는 유능한 젊은 감독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제2의 미야자키 감독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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