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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디지털 역량·인식 수준 낮아…DT '양극화' 벌어지나

함지현 기자I 2023.05.01 06:30:00

소진공 연구…역량·인식 모두 100점 만점에 40점 수준 그쳐
정보 수집 미미할 뿐 아니라 무선인터넷 없는 곳도 40%
"디지털화는 숙명…원활한 적용 방안 고민해야"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어차피 나 혼자 노후 소일거리 삼아 작게 가게를 하는데 디지털 장비(기술)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그런 것은 젊은 사장님들이 해야 하지 않겠나. 도입할 때 돈도 들 것 같고 제대로 활용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서 도입할 생각이 없다.”

정부가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한 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의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역량과 인식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심도가 높은 소상공인도 있지만 무선인터넷조차 보유하지 않은 사업장도 전체 중 40%에 달할 정도다. 이에 소상공인 간 디지털 전환(Digital Formation)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DT 인식 100점 중 43점·기술역량은 37.7점…여건도 부족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023~2025년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5만개의 스마트상점과 공방을 보급하고, 온라인으로 진출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이커머스 소상공인’도 매년 10만명씩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양한 기술을 도입한 고도화한 스마트 상점과 소상공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방침이다.

판로 확대와 경쟁력 강화 등의 차원에서 소상공인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서도 “디지털 강화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 실행에 선행돼야 할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역량과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 업종별 디지털 전환 비즈니스 모델 개발 연구’ 결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은 100점 만점에 평균 43.3점으로 조사됐다. 이해도는 44.3점, 관심도는 44.9점, 지식수준 42.8점, 투자 의지 41.3점 등 모두 50점 미만에 그치면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는 많은 소상공인이 영위하는 음식점업의 경우 종합점수가 38.1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 56.7점, 40대 54점으로 비교적 인식도가 높았으나, 50대 45점, 60대 이상 34.1점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인식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평가한 디지털 기술 역량 역시 100점 만점에 평균 37.7점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온라인 마케팅(41.1점), 고객 데이터 분석 및 맞춤형 서비스 제공(38.9점), 디지털 경영 지표 관리(36.9점), 디지털 디바이스 활용(36.8점), 디지털 인사 조직 운영관리(34.6점)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점수가 낮았다. 다만, 스스로 측정한 점수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지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업장 내 디지털 환경도 개선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을 보유하지 못한 사업장은 각각 14.2%, 38.2%로 나타났다. 고객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경우가 61.8%, 비용·구매액 등 경영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경우도 56%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전략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화를 통해 날개를 달고 혁신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곳도 있을 수 있지만, 고용원도 놓기 힘들 정도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디지털화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연령대가 높은 자영업자들은 디지털을 이식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인식 개선·디지털 환경 구축·맞춤형 지원 등 필요”

소상공인이 생계형을 넘어 생활형, 성장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대다수가 공감하는 만큼 디지털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먼저 인식 개선이다.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를 쌓아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두도록 하는 방안이다. 정부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성공한 스마트 상점을 키우려는 이유 중 하나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다.

디지털 환경 구축도 필요하다. 인터넷과 컴퓨터와 같은 기초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업종에 맞는 기기를 구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현재 음식·음료점업에서 인력 감소에 대비해 많이 도입하고 있는 키오스크나 스마트 오더, 서빙로봇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거나, 상권 분석 및 재고관리 프로그램의 도입률을 높이는 것 등이다.

세대와 지역, 업종별로 세분된 접근을 하는 맞춤형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많다. 기초 수준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문 영역까지 각자의 수준에 맞춰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전통 시장이나 영세 업체들은 플랫폼 업체와 연결을 활성화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10% 수준에 불과한 소상공인의 노동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고령화하고 바쁜 소상공인들이 디지털을 충분히 습득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맞춤형 교육과 인식 개선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통해 디지털화를 원활하게 적용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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