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척수장애 환자에 중요한 방광 관리... 종합검진 통해 선제적 손상방지

이순용 기자I 2022.09.07 06:18:20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방광클리닉 이범석 교수
정기적인 검진으로 방광과 신장 손상 예방 ... 장애 수용과 심리적 적응도 매우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척수는 척추 뼈 안에 있는 중추신경으로, 뇌와 말초 신경의 중간을 잇는 ‘전화선’ 역할을 한다. 이곳에 손상이 생기면 뇌의 명령이 팔다리로 전달되지 않아 마비가 나타나거나, 말초신경의 감각이 뇌에 닿지 않아 팔다리의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현재 국내 척수장애인 수는 대략 1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척추손상 발생원인의 80%는 외상성으로 ▲교통사고 ▲낙상 ▲스포츠 손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나머지 20%는 비외상성으로 척수염, 척추종양, 추간판탈출증 등의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척추손상의 재활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비 때문이다. 어디가 얼마나 다쳤냐에 따라 사지마비 또는 하반신 마비, 감각마비, 배뇨장애 등이 나타난다. 또 재활치료를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에 따라 이후 회복 가능성이 달라진다.

척수손상 환자에서 발생하는 후유증은 ▲신경인성 방광 ▲신경인성 장(腸) ▲통증 ▲호흡기계·심혈관계 문제 ▲근골격계 문제 등 다양하다. 재활치료는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다른 후유증에 비해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방광 관리’다.

◇ 방광 관리의 중요성

척수손상 환자는 방광 조절 기능 역시 상실돼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없어지고, 방광이 수축하지 않아 소변을 보는 능력 또한 상실된다. 배뇨장애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방광에서 신장으로 역류가 발생하고 신장기능이 악화돼 투석을 해야 되는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척수손상 후 자주 나타나는 요로감염, 요로결석, 요실금 등의 합병증은 척추손상 환자를 괴롭게 한다. 과거 체계적인 방광관리 방법이 정립되기 전까지 요로감염과 신장 기능 악화는 척수손상 환자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이기도 했다.

이러한 방광관리를 위해서는 ‘청결 간헐적 도뇨법(Clean Intermittent Catheterization, CIC)‘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은 하루에 5회 가늘고 부드러운 관을 요도에 넣어 소변을 빼주는 것으로, 방광관리를 위해 국제척수손상학회에서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다. 또한 정부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간헐적 도뇨에 필요한 일회용 소모품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고 있어 환자들의 부담도 경감됐다.

◇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방광·신장 검진 필요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재활의학과는 최근 척수손상 환자를 위한 방광클리닉을 개설했다. 방광클리닉에서는 척수손상 환자를 위한 ‘방광 종합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방광 종합검진은 2박 3일 동안 진행되며, 방광 및 신장을 평가하기 위해 ▲요역동학 검사 ▲방광 요관 역류검사 등을 시행하고 기본적인 임상병리 검사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골다공증 검사, 통증 평가, 복용약물 조절, 필요한 보조기 및 휠체어 평가 등도 같이 진행된다. 검사가 끝난 뒤에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현재 상태와 문제점, 앞으로 필요한 조치 등에 대해 알려준다.

방광클리닉을 만든 국제성모병원 이범석 교수(재활의학과)는 국내 척수재활의 권위자로 지난해까지 국립재활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교수는 국립재활원 재직 시절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광클리닉을 개설 했으며, 26년 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 국제성모병원에 새 둥지를 틀고 척수재활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이범석 교수는 “척수손상 환자 건강관리의 핵심은 방광과 신장 합병증을 줄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방광과 신장을 미리 검사하고 관리해 신장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방광 클리닉의 목표”라며 “모든 척수손상환자들은 퇴원 후 1~2년에 한 번씩 반드시 방광검진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학 교과서에서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경인성 방광의 치료는?

신경인성 방광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방광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방광을 효과적으로 늘려주면 방광용적이 늘어나 실금을 없애주고, 방광 내 압력을 낮춰 방광 변형과 신장으로의 역류를 예방할 수 있다.

방광을 늘리는 약물은 항콜린성 약제가 많다. 항콜린성 약제들은 방광을 효과적으로 늘려주는 작용을 하지만 입마름, 변비, 눈이 침침한 증상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새로운 기전으로 방광을 늘려주는 미라베그론(mirabegron)이라는 약도 나왔다. 미라베그론은 항콜린성 약제의 부작용 없이 효과적으로 방광을 늘려 임상에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약물로 방광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없을 때는 방광 근육에 주사를 맞는 방광 내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주사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은 방광신경에 작용해 방광근육을 이완시킨다. 방광의 저장 능력이 향상돼 저장 가능한 소변이 양이 증가한다. 방법은 방광내시경을 통해 방광근육 내 보툴리눔톡신 주사를 놓으며, 효과는 9~12개월 지속된다.

◇성공적인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방광관리 외에도 장애를 받아들이는 ‘장애 수용’도 성공적인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범석 교수는 “척수손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관리뿐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고, 가족과도 잘 지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손상 당사자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 과정은 ▲충격 ▲부정 ▲우울 ▲독립에 대한 저항(사회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단계를 거쳐, 적응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적응 과정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한다면 재활치료를 해도 성과가 없고, 합병증이 악화되며 정신적으로도 퇴행하게 된다. 성공적인 심리 적응과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척수손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휠체어를 타고 마트나 백화점에 방문하기, 척수 장애인 선배 만나기, ‘나는 휠체어를 타고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등이 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척수 손상 후 장애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이전의 완전히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매달리게 돼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며 “건강하게 장애를 수용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 노력한다면 이후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이범석(왼쪽 2번째) 교수가 척수손상 환자, 보호자와 함꼐 치료 방침 등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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