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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도수 20도를 훌쩍 넘겼던 소주의 도수 낮추기 경쟁이 시작한 것은 2006년 20도의 처음처럼이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2012년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잇따라 19도로 낮췄고 2014년 18도, 2018년엔 17도로 낮아졌다.
지난해에 처음으로 16.9도의 진로이즈백이 나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처음처럼이 지난해 11월 도수를 16.9도로 내렸고 지난 3월에는 래퍼 염따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16.7도 ‘처음처럼 플렉스(flex)’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저도 소주는 트렌드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으로 회식문화가 바뀌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하면서 회식자리에서 취하려고 소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 독주 이미지보다는 가볍고 깔끔하게 마시는 술로 ‘소주’를 대하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 진로이즈백의 히트는 이런 변화와 맞물린다.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문화 확산은 이 트렌드를 더 가속화 하고 있다.
주류업체 입장에선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리뉴얼(새 단장) 한다는 명분도 있고 원가를 절감하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 소주의 도수가 내려가면 원료인 주정의 양이 줄어 제조 원가가 절감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통상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 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16.9도의 소주는 TV 광고도 가능하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17도가 넘는 술은 지상파 TV, 라디오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광고를 할 수 없다. 이 기준은 과거 소주 도수가 20도 안팎일 때 생긴 것으로, 이에 따라 위스키 등 도수가 높은 술은 광고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부산 등 지방에서 16.9도 소주가 출시되면서부터 금기가 깨졌다. 현재는 진로이즈백, 처음처럼 등이 오후 10시 이후 TV 광고를 선보이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참이슬 후레쉬도 16.9도로 내려간 만큼 조만간 TV 광고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