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토요타코리아는 캠리 하이브리드에 기본형 트림인 LE(3740만원)를 추가했다. 단일 XLE 트림(4220만원의)만 판매하던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500만원 정도 가격이 내려가면서 국산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인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가격대가 겹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토요타가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 들자 캠리 하이브리드 보급형 모델을 출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토요타코리아는 손사래를 친다. 토요타 국내 딜러 관계자는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캠리 하이브리드는 가격대가 비슷해도 편의장치에서 캠리가 너무 열세라 고객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며 “기본기가 충실한 차를 찾는 고객이 캠리와 어코드를 놓고 저울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캠리나 어코드를 찾는 고객은 그랜저 고객과 상당 부분 다르다는 얘기다.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5월 국내 시장에 10세대 어코드를 출시했다. 일반형인 1.5L 터보 가솔린 모델 이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캠리와 정면승부를 하고 있다. 캠리와 어코드 두 차종은 “일본 브랜드, 하이브리드, 4000만원 내외의 중형 세단”이라는 부분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인지 두 모델을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런 고민을 덜어드리고자 카가이 취재팀이 두 차량을 비교해봤다.
먼저 가격이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4240만원의 EX-L 트림과 4540만원의 투어링 트림 두 가지다. 두 트림 모두 4천만원을 상회한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저렴한 가격이 매력이다. 기본형 LE가 3740만원, 고급형 XLE가 4220만원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고급형은 어코드 하이브리드 기본형보다 20만원 저렴하다. 이런 합리적인 가격 때문인지 지난해 판매량은 캠리 하이브리드 5595대, 어코드 하이브리드 2040대로 캠리가 2배 이상 많이 판매됐다. 다만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6월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어코드가 본격 판매가 시작된 6월 이후 판매량을 비교하면 캠리 하이브리드 2454대, 어코드 하이브리드 2039대로 격차가 확 줄어든다.
중형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달리기 성능보단 실용구간에서의 꾸준한 출력을 기대한다. 수치적인 성능은 어코드가 소폭 앞선다. 캠리의 엔진 최고출력은 178마력, 어코드 최고출력은 145마력이다. 어코드는 캠리에 비해 배기량이 0.5L 낮기 때문에 출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전기모터 출력이 캠리 120마력인데 반해 어코드는 184마력으로 캠리보다 전기 모터 출력이 월등히 더 높다. 결론적으로 시스템 총 출력이 캠리 하이브리드 211마력, 어코드 하이브리드 215마력으로 어코드 쪽이 살짝 우위다. 4마력 차이에 불과해 운전자가 체감하긴 어렵다.
아울러 어코드에는 가변형 댐퍼가 장착된다. 실제 시승을 해보면 어코드가 캠리보다 스포츠 주행에선 한 수 우위를 보여준다. 성능에 대한 평가는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진다. 스포츠성이 더 강조된 차를 원한다면 어코드, 편안한 패밀리용 세단을 원한다면 캠리 쪽이 조금 더 좋을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만 따져본다면 4000만원 내외 가격대에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출중하다. 문제는 브랜드와 노하우다. 아무래도 하이브리드의 원조는 토요타다. 이어 혼다가 뒤를 이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드는 좀 더 숙성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은 아직까진 일본 브랜드가 살짝 우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고 가격은 더 저렴해지는 게 자유 시장경제의 논리다. 친환경 자동차 수요는 올해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캠리와 어코드 하이브리드 가운데 올해 판매량에서 승자는 누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