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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국내 30대 그룹의 대표이사는 평균 3.3년간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기업의 경영 성과를 분석하는 업체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265곳의 지난 10년간 변화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지난 2015년 똑같은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30대 그룹 경영진의 평균 재임 기간은 2.8년이었다. 지난 3년간 기업들의 대표이사 교체가 보수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한국투자금융의 경우 지난 10년간 퇴임한 대표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1년 넘게 연임 중이다. OCI와 금호아시아나, KCC의 경우 모두 평균 5년 넘게 대표이사가 바뀌지 않았다.
5대 그룹 중에서는 LG(4.9년)와 롯데(4.5년)의 대표이사 재임 기간이 길었다. 특히 LG의 경우 현직 전문경영인 17명의 평균 나이가 60.9세다. 5대 그룹 중에서 대표이사의 평균 나이가 60세가 넘는 곳은 LG가 유일하다.
장수 CEO가 많은 롯데 계열사 경영진의 평균 나이는 59.3세였다. 5대 그룹 평균인 58.1세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0년간 대표이사의 평균 재임기간이 2.9년으로 빠른 주기로 교체됐지만, 현 경영진의 평균 나이는 59.3세로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편에 속했다.
현재 5대 그룹 계열사 CEO 가운데 60대는 46명(37.7%)으로 3분의1이 넘는다.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교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표이사를 자주 교체하는 게 항상 정답은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불확실하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업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내년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일제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미래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렸다. 기업들은 변화를 위한 인사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아예 임원의 숫자를 줄이려고 시도도 있다. 일부 그룹은 연말 인사 때 임원의 절반을 감원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나빠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각사 CEO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 임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변화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