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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스마트 하천관리'로 빨라지는 홍수경보

정수영 기자I 2016.12.14 06:00:00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집중호우 급증으로 정부, 하천정비 나서
도시방재시설 연계 안전기준 2배 높여

△김경환 국토교통부 차관
[김경환 국토교통부 차관] 지난 10월 초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에서는 집이 잠기고 차량이 둥둥 떠다닐 만큼 피해가 컸다. 2000년 태풍 ‘루사’가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인 870㎜의 일 강우를 기록했다면, 이번엔 역대 최대인 시간당 134㎜ 강우를 기록했다.

게릴라성 호우는 최근의 기상 변화, 즉 집중 강우의 강도와 발생 횟수 및 강우량 증가, 지역별 편차 확대 등과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이제 기상이변이나 이상기후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상적인 기후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의 역사는 환경의 도전에 맞선 역동적인 대응 과정이라고 했다. 황하·나일강·인더스강 문명에서 보듯 인류 문명은 홍수로부터 안전하게 도시와 사회를 방어하면서 발전했다. 반대로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지 못한 사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하천 주변에 도시를 만들고 제방 등 홍수 제어 기술을 통해 도시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경제·사회·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 성장의 중심축인 하천이 기후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태풍이 아니더라도 시간당 50㎜ 이상 내리는 집중호우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홍수 대응 능력 향상이 더욱 필요해졌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정비가 완료된 주요 국가하천에 비해 지방하천 및 도심 등에서 홍수 피해가 집중되고 있으므로 지류하천에 대한 선택적이고 예방적인 투자가 중요하다.

재해 예방투자는 단지 재해를 막는 효과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재해 예방투자는 약 7배의 예산 절감과 사회 전반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홍수 대비 투자는 2012년 크게 줄어든 후 정체된 상태이며, 사전예방보다는 사후 복구 위주로 예산을 투입해 효과적인 홍수 대처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고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증가하는 홍수 위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난 10월 말 ‘국가·지방하천 정비 종합계획(2016∼2025)’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홍수 안전도 90% 달성을 목표로 하는 향후 10년간의 구체적인 하천 정비 로드맵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기존 하천 자체의 홍수 방어에서 탈피해 하천 주변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지역 홍수 안전도’ 개념을 도입했다. 도시·비도시·농경지 등을 보호 수준에 따라 치수계획을 차별화하는 맞춤형 하천 정비사업도 추진된다. 또 홍수에 취약한 도시 구간 및 하천 합류부의 잠재 피해요소를 분석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잠재 홍수 위험이 높은 지방하천은 국가하천으로 승격시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토부가 국민안전처·환경부·지자체와 협력해 하수도·펌프장·방수로 등 도시방재시설과 하천시설을 효과적으로 연계시키면 홍수량이 분담되면서 예산은 절감되고 홍수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인천 계양천 유역에 시범 적용한 결과 안전 기준을 2배 상향시켰는데도 기존 홍수 방어시설 투자 비용 대비 약 45% 사업비 절감 효과가 예상되었다.

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 하천 관리’로 홍수 방어와 하천 관리를 혁신할 계획이다. 홍수 발생 예보를 3시간에서 6시간 전으로 앞당겨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고 하천 조사용 드론을 개발해 하천 공간을 정밀하게 측량·관리하게 된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과 증강현실(VR) 등을 통해 하천 공간의 안전 확보, 교육·친수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은 절벽에서 아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며 우직하게 호밀밭을 지킨다. 국토부는 향후 10년간의 예방적 하천 정비 종합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기후 변화 시대에 우리의 도시와 사회, 문명을 지켜내는 파수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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