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제값 넘는 아파트 '버블 경매' 주의보

양희동 기자I 2015.09.11 05:30:00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낙찰가율 95%를 넘어서며 고가 낙찰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도 충분한 시세 파악 없이 낙찰만을 목적으로 입찰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마전 전용 84.89㎡형 아파트에 74명이 응찰, 올해 서울·수도권 경매 최고 경쟁률 기록을 세운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9단지. [사진=LH]
이달 들어 8년만에 낙찰가율 96%돌파

10억 넘는 강남 아파트도 무더기 응찰

낡아도 중소형이면 감정가 넘겨 낙찰

전문가들 “경매 투자 메리트 사라졌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지법 성남지원 경매 법정. 하남 미사강변도시 9단지 아파트(전용면적 84.89㎡)의 입찰 결과가 발표되자 ‘아~’하는 작은 탄성이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유찰 없이 처음 경매에 나온 신건인데도 무려 74명이 입찰표를 써냈다. 지난해 7월 입주한 새 아파트인데도 집값 감정이 수 개월 전 이뤄져 감정가(3억 5000만원)가 전세 시세(3억 6000만~4억원 선)보다 싸게 매겨지자 입찰자가 구름같이 몰려 든 것이다. 결국 이 아파트는 감정가보다 1억원 이상 비싼 4억 5138만 5000원을 써낸 박모씨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경매의 경우 낙찰가격 외에도 별도의 명도(거주자를 내보내는 것) 비용이나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상처 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1~9월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수 추이. [자료=지지옥션·단위=명]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 고가 낙찰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경매 응찰자들이 후끈 달아오른 경매 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10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된 이달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6.2%로 전달(92.1%)보다 4.1%포인트 올랐다. 2007년 4월(97.8%) 이후 최고치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달(8.5명)보다 1명 이상 늘어난 물건당 9.7명에 달한다. 아파트 물건마다 10명이 달라붙어 치열한 경합을 벌인 탓에 경매에서 제 값 다주고 집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보다는 값이 싼 경기권 중소형 아파트 낙찰가율은 99.4%로 100%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평균 응찰자 수도 11.6명에 이른다. 김부철 지지옥션 법무팀장은 “전세난을 피한 매매 전환 실수요와 임대 수익 및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경쟁하면서 경매시장에는 말 그대로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고가 낙찰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한 번 유찰 후 입찰에 부쳐진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 전용 162㎡형(8층)은 감정가가 12억원에 달했지만 21명이 응찰해 감정가보다 1억원 이상 높은 13억 3611만원에 낙찰됐다. 또 같은날 신건으로 나온 강남구 대치동 쌍용대치아파트(전용 162.72㎡)도 21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감정가(12억 8000만원)보다 2억원 넘게 비싼 15억 104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은 지 20년 넘은 낡은 수도권 아파트에도 수십명의 입찰자가 달라붙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 일쑤다. 입주 20년 차인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달빛마을 전용 59.65㎡짜리 아파트는 이달 2일 42명이 경합해 결국 감정가(1억 9500만원)보다 14%(3000만원) 비싼 2억 2250만원에 팔렸다. 25명이 응찰한 부천시 원미구 중동 금강마을 전용 42.75㎡짜리 아파트(1994년 준공)도 지난 1일 경매에서 감정가(1억 6600만원)을 뛰어넘는 1억 7000만원에 낙찰됐다. 주변 중개업소들은 두 곳 모두 1000가구 넘는 대단지라 층·향이 좋은 물건을 확보하기엔 매매가 더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감정과 경매시점이 최소 3~4개월 가량 차이가 나 그 사이 집값이 오른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감정가 대비 90% 이상으로 낙찰받으면 굳이 경매를 택한 투자 실익이 사실상 없다”며 “경매 법정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식’ 응찰은 삼가야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9월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 9월은 1~10일 평균치. [자료=지지옥션·단위=%]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