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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내고 목숨 포기 각서 쓴 갑부들…“죽어도 책임 못져”

이로원 기자I 2023.06.23 06:20:43

타이태닉 관광 잠수정 탑승 5명 전원 숨져
잠수정 탔던 과거 승객들 증언 나서
승객 상대로 면책서류 받아낸 운영사
첫 페이지에만 ‘사망’ 3번 언급돼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침몰한 타이태닉 호를 보러 갔다가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의 운영사가 탑승객들의 사망 시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5만 달러(약 3억4000만원)를 내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구경하겠다며 잠수정을 탔던 승객들이 잠수정을 타기 전 운영사가 내민 방대한 면책 서류에 서명해야 했다고 증언에 나서면서다.

2021년 6월 잠수정을 소유한 미국의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공개한 잠수정 사진. (사진=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대서양에서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 탑승객 5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잠수정 운영업체 오션게이트와 미 해안경비대가 밝혔다.

이날 영국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앞서 잠수정 ‘타이탄’의 운영사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은 승객들에게 첫 페이지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최소 3번은 적힌 포기 각서에 서명하게 했다.

지난해 7월 이 잠수정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구경한 마이크 리스(63)는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만든 뉴욕의 작가 겸 제작자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행 중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연이어 나열된 방대한 면책 서류에 서명했다”며 “첫 페이지에만 ‘사망’이 세 번이나 언급돼 있었기 때문에 쉽게 잊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태닉호에서 한 번, 뉴욕 앞바다에서 두 번을 이 회사의 잠수정을 타고 들어갔는데, 매번 통신이 끊겼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이 잠수정을 탔던 미국 CBS 데이비드 포그 기자가 서명한 면책 서류에도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도 발생할 수 있다”거나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조항이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그는 “면책 서류에는 여덟 가지 방식으로 사망이나 전신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탑승 시점까지 오션게이트 잠수정 탑승객 중에서 사망자나 부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탑승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잠수함 업계 전문가들이 2018년 작성한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에는 타이탄 개발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해양 엔지니어, 기술자 등으로 이뤄진 해양기술협회도 “타이탄의 개발과 타이태닉 탐험에 우려를 표한다”며 “오션게이트가 채택한 현재의 실험적 접근방식에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같은 날 오션게이트는 성명을 통해 조종사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를 비롯한 탑승객 5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타이탄은 지난 18일 타이태닉 탐사를 위해 물에 들어간 지 2시간이 채 안돼 연락이 두절됐다. 통상 해당 잠수정이 나흘간 쓸 수 있는 산소를 채운 후 잠수에 나선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7시18분경이 산소 고갈시점으로 추정돼왔다.

수색을 담당해온 미국 해안경비대는 직후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안경비대는 타이태닉호 침몰 지점 인근에서 잠수정 외부 구조물 잔해들을 발견했다고 확인했다. 존 모우거 해안경비대 소장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이 곳 해저 아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이라며 “잔해는 선박의 비극적인 내파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들에게 사망 사실을 즉각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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