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한 색을 머금은 천연 원석이 안료(물감)로 탄생하는 과정은 오롯이 수작업을 거쳐야 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원석 선별, 파쇄, 연마, 수비, 건조’의 각 과정마다 최소 3명의 기술자들이 달라붙어 꼬박 2주를 작업해야 제대로 된 안료를 추출해낼 수 있다. 진한 색을 내려면 원석을 갈아서 걸러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데 작업이 더딘 경우는 한달이 소요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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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합성안료는 저렴하고 시공이 원활한 장점이 있지만 원형의 유지와 복원이 목표인 문화재에 적용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며 “전통안료는 건립 당시의 안료와 동일한 소재라는 점에서 ‘문화재 원형복원’이라는 큰 가치를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목조 건축물에 여러 무늬와 그림을 그려넣는 ‘단청’은 우리 고유의 색인 ‘오방색’(청·적·황·백·흑색)을 기본으로 한다.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벽화, 불화, 궁중회화 및 단청에 쓰인 안료는 돌이나 흙을 채취해 잡물질을 제거하고 물감으로 만든 석채를 사용했다. 이를 ‘전통안료’라고 부르는데 성종 7년(1476년) 건립된 무위사 극락전, 부석사 조사당, 봉정사 대웅전 등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들과 조선 궁릉의 내부 단청들에 쓰였다.
“근대 이후의 단청은 건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상관없이 아파트 외부 치장용 페인트로 시공됐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워요. 합성안료와 화학접착제를 사용하는 현재의 단청 양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온도·습도 차이에 의해 채색층이 쉽게 박락(까져서 떨어짐)된다는 단점이 있죠. 또 합성안료로 작업한 단청은 색이 ‘요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 합성으로 탄생한 색깔이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소재가 전통안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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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단청 복원 과정을 보면서 전통안료에 대한 관심과 관련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소실된 숭례문을 전통기법으로 복원하고자 했던 정부의 의도는 칭찬받아야 하지만 전통소재의 특징과 시공의 요점 파악에 안이했던 점은 아쉽죠. 숭례문 부실단청은 인재이고 관련자 모두가 빚을 지고 있어요. 화공에 대한 기능교육과 시범사업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숭례문 복원공사가 속히 다시 이뤄져 국민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큰 전기점이 됐으면 해요.”
전통을 고수하는 일은 고단한 과정일 뿐 아니라 수익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통안료는 현대적인 설비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합성안료에 비해 10배 가량 비싼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채색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전통 소재가 사라져선 안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동양에서 색(色)은 사물의 본질”이라며 “우리 문화유산을 전통의 색으로 보듬는 기초 과정에 참여한다는 보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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