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대기업 근본적 변화 더뎌…당근과 채찍 병행해 개혁 마무리할 것"

김상윤 기자I 2021.07.05 06:00:00

이데일리·이데일리TV,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②
"소유·지배구조 개선, 거래 관행 개선해야"
"자율기준 마련 통해 상생나서도록 유도"
입법 막힌 플랫폼법 "180만 입점업체 보호해야"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데일리TV 성주원 기자] “정부가 대기업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 개선을 적극 유도했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고, 일부 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도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일 이데일리TV 초대석(진행 성주원)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라는 기치 아래 추진해온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일감몰아주기 근절,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등 개혁작업에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조 위원장은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 개혁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기업 집단규제 일관성 필요, 동일인제도 개선할 것”

정권 말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은 여전히 매섭다. 공정위는 올해만 해도 효성, 금호석화, GS그룹, 쿠팡, 이마트24, 구글 등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경제는 흔들임 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이 든든한 후원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은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일관된 원칙을 갖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38년만에 전면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시장에 안착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되, 필요하다면 조사도 병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대,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 내용이 있어 공정위의 조사확대가 불가피하다.

조 위원장은 특히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동일인(총수)지정에서 제외된 것은 네이버 등 다른 기업과 형평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 창업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기업과 달리 총수로 지정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대기업집단 규제가 형평성, 일관성,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운용될 수 있도록 현 동일인 제도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조 위원장은 최근 삼성급식 계열사인 웰스토리 부당지원 제재와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기업집단들이 급식 계열사를 별도로 만들어 계열사 급식 물량을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높은 이익을 내고, 비계열사 시장에 (저가로) 영업을 확장한 측면이 있어 제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그는 “대기업집단도 경영권 세대교체나 시장 환경의 변화를 계기로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동참하는 등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대기업집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가 본격화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경영관행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공정위는 직접 칼을 대기(법집행)보다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거래관행에 나설 수 있는 정책 툴도 적극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칼만 휘두르기보다는 당근책도 던지겠다는 얘기다. 그는 “(물류, IT서비스 등 분야에서) 일감나누기 자율준수기준 마련 등 연성규범을 통해 기업집단이 스스로 거래관행을 개선하고 상생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재계에서는 자율기준 마련 역시 공정위 압박에 의한 강제조치라는 불만을 내긴 한다. 다만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경영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 위원장은 “시장경제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시장의 룰인 공정경제가 보다 실현될 필요가 있다”면서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동시에 협력업체와 상생협력을 꾀하고,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우리 경제의 ‘정원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경제라는 정원에서 기업이 자유로운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번성하고, 또 성장의 과실이 구성원에게 고르게 배분돼 다시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대기업 그늘에서 중소기업이 제대로 크지 못한다면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 막고, 상생하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상생과 혁신의 결과가 정원에 참여하는 경쟁주체에 과실로 돌아가는 구조를 남은 임기동안 계속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입법 막힌 플랫폼 규제 “180만 입점업체 보호해야”

조 위원장은 지지부진한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서는 입점업체, 소비자를 위해서는 입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갑을 문제 개선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온플법)에 관한 법률안을 이미 국회에 상정했고,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전자상거래법(전상법) 개정과 관련해 입법예고를 한 뒤 관련 업체, 부처 의견을 들어 최종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온플법과 전상법을 합친 성격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방통위 관할)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중기부 관할)도 국회에 상정돼 있어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정·청은 수차례 조율에 나서긴 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세법안 모두 통과하되 세 기관이 조금씩 양보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률안은 180만 입접업체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업체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입점업체간 계약서를 만들고, 상품 노출 기준, 중개서비스 대가 사항 등 필수요건을 알리도록 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플랫폼업체와 입점업체가 자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상생협력에 나서도록 한 최소한의 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정위 법안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갑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조 위원장은 공정경제 구축을 위해 공정위 신뢰와 전문성을 더욱 키우겠다고 했다. 최근 간부 낮술 파동 등으로 공정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점을 의식해서다.

그는 “공정위 구성원 모두는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소명의식, 전문성을 갖춰야 국민들이 위임해준 시장경제 수호자 소임을 다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스스로에게 더욱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조직문화와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석사를 마친 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학과 부교수를 역임한 이후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맡았다. 이번 정부에서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이후 공정위 수장을 맡으면서 재벌규제, 갑을개선 외에 플랫폼 규제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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