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우보천리' 신념으로 조직융합…올해는 합병 시너지낼 것

류성 기자I 2019.05.03 06:00:41

지난해 겨울 9차례 '소통 산행'
양사 간 장점 배우는 데 주력
신약 '케이캡' 출시 첫달 15억 달성
年매출 100억원 훌쩍 넘어설 듯

[이데일리 류성 기자] “명문가에서 시집온 며느리이니 불편함이 없도록 잘 보살피겠습니다. 기존 가족들과 화합하면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우뚝 서도록 모두가 한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해 4월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한 직후 가진 임직원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밝힌 소감이자 각오다. 윤회장이 CJ그룹의 제약계열사인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한지 이달로 1주년을 맞았다.

한국콜마의 씨제이헬스케어 합병이후 1년간 성적표는 합격점을 무한히 넘겼다는 게 회사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합병이후 한국콜마(161890)의 지난해 실적도 탄탄한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한국콜마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3% 급증한 1조35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900억원으로 34.3% 늘었다.

지난해 한국콜마는 씨제이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제약 매출규모 7000억원대 ‘메이저 제약사’로 재탄생했다. 인수 당시 윤회장은 “2023년까지 국내 5위의 제약사로 자리매김하고, 10년이내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제약업계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윤회장은 지난 한해동안 끈기와 인내를 강조하는 특유의 리더십으로 씨제이헬스케어 임직원들을 품에 안으며 한국콜마와 마찰없는 조직융합에 초점을 둬온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윤회장은 지난해 겨울에만 9차례에 걸쳐 씨제이헬스케어 임직원들과 ‘우보천리(牛步千里) 산행’을 함께하며 소통에 집중해왔다. 지리산 둘레길을 1박2일 코스로 아홉차례에 나눠 완주하는 산행이다.

우보천리는 윤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우보천리는 소는 느리게 가더라도 천리를 간다는 의미다. 회사경영에 있어 소처럼 우직하면서도 끈기있게 한번 정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 나가야한다는 게 윤회장의 평소 신념이 다. 윤회장은 우보천리라는 경영철학에 걸맞게 거창한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과묵한 경영인으로 재계에 정평이 나있다.

“씨제이헬스케어는 대기업 CJ의 앞선 경영시스템과 문화가 녹아있는 조직이다. 중견기업인 한국콜마가 배울 점이 많다. 한국콜마(161890) 임직원들은 씨제이헬스케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배우는데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윤회장은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한 후 무엇보다도 한국콜마가 ‘점령군’ 역할을 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양사간 융합에 방점을 두고 회사를 꾸려왔다. 그러다보니 한국콜마가 씨제이헬스케어를 합병한 지 불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양사는 별다른 잡음없이 조직통합이 거의 마무리단게에 접어들었다는 게 회사안팎의 진단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지난 1년은 양사간 조직융합에 역점을 둔 기간이었다”며 “올해부터는 합병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내기 위해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상품화를 앞당기는데 조직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씨제이헬스케어 제약연구소를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가 준공되는 2023년까지 이전해 제약연구소를 한자리에 모은다는 계획이다. 씨제이헬스케어의 충북 오송공장 내 수액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한 대대적 투자도 확정, 2021년까지 마무리한다.

올해 초에는 씨제이헬스케어와 한국콜마의 흔들리지 않는 조직적 융합을 위해 조직개편도 최소 수준으로 단행했다.인수 당시에도 윤회장은 고용승계를 임원은 3년,직원은 5년이상을 보장하면서 조직안정을 꾀했다. 실제 올초 인사에서도 씨제이헬스케어 대표이사를 비롯 전 임직원이 그대로 승계돼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다만 윤회장의 장남 윤상현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 씨제이헬스케어에 합류했다.

대신 홍보, 교육, 법무, 감사 등 양사의 주요 스텝부서를 통합해 시너지를 낼수 있는 조직구조로 바꿨다. 양사의 제약사업은 당분간 사업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합치지 않고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별도로 운영한다는 게 윤회장의 전략이다.

“양사의 기존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기조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할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확신이 생길때라야 기존 사업에 대한 융합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윤회장은 양사 합병이 성공적인 결과를 내려면 절대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평소 내부 임원들에게 강조한다.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하고 1년간 회사내부역량을 직접 점검해보니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윤회장의 씨제이헬스케어에 대한 이런 믿음과 기대는 인수 이후 더욱 커졌다는게 내부 직원들의 공통된 얘기다. 실제 지난달 열린 씨제이헬스케어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윤회장은 축사를 통해 “35년간 제약업 역사를 일궈 온 것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제약회사로 가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했다.

씨제이헬스케어는 35년전인 지난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2006년 한일약품을 잇달아 인수하며 국내 중견 제약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한국콜마는 씨제이헬스케어 인수이후 잇달아 굵직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미 두 회사간 합병 시너지가 가시화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식약처로부터 국내개발 30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대표적이다. 케이캡은 판매를 시작한지 한달만인 지난달 15억원을 넘는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원외처방약 분야 ‘톱5’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추세라면 연간 매출 100억원은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케이캡으로 멕시코 카르놋과 중남미 17개 국가를 대상으로 8400만 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제약사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한지 1주년을 맞았다. 윤회장은 그간 “씨제이헬스케어를 명문가에서 시집온 며느리”로 배려하며 한국콜마와 씨제이헬스케어의 조직융합에 방점을 두고 회사경영을 해왔다. 한국콜마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