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강과 함께 천년세월 지켰노라 '신륵사'

강경록 기자I 2015.04.21 06:11:00

여주 천년사찰...신라시대 원효대사가 꿈에서 계시받고 세워
국내서 보기 드문 강변에 자리한 절

신륵사를 등지고 강언덕을 향해 벼랑 위에 서 있는 벽돌탑인 ‘다층전탑’.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기 여주시에 있는 봉미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신륵사. 보통 깊숙한 산속에 자리한 절들과 달리 신륵사는 보기 드물게 강변에 있다. 절 앞으로 여강이 흐른다. 남한강의 여주 구간이 여강이다. 유서 깊은 절은 정갈하다. 앞마당에서 보는 남한강도 미끈하고 아름답다. 푸른 물줄기와 넓은 들판을 내려다보는 풍광이 장쾌하다. 이 풍경을 보려고 애써 절을 찾는 이들이 많다.

여명 무렵 찾는다면 강기슭 바위 언덕에 있는 강월헌에 선다. 남한강 물길을 굽어보는 정자다. 뒤에 있는 다층전탑 앞에 자리를 잡아도 좋다. 그러면 남한강 물길이 금빛으로 물드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 6각 정자인 강월헌은 암벽 끝에 앉아있다. 남한강과 묘하게 어우러져 풍경이 그림 같다.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른 날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내력이 깊은 사찰이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세웠다. 전설이 있다. 꿈에 나타난 노인이 연못을 가리키며 신성한 가람이 설 곳이라고 일렀다. 이에 원효대사는 연못을 메워 절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번번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원효대사는 7일동안 정성스레 기도를 드렸다. 기도 후 연못에서 9마리의 용이 승천했다. 이후 그곳에 절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절 이름에도 설화가 전해진다. 고려 때 우왕 때 마암(馬巖)이라는 바위 부근에서 용마(龍馬)가 나타나자 나옹선사가 신력으로 다스렸다는 것. 신력의 신(神)과 제압의 뜻인 륵(勒)을 합쳐 신륵사로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인지 신륵사는 나옹선사(보제존자)와 연이 깊다. 그는 이 절에서 입적했다. 다비식은 강월헌이 있는 바위 언덕에서 열렸다. 후에 그를 따르던 문도들이 이 자리에 정자를 세우고 그의 당호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원래 정자는 홍수에 떠내려가고, 현재의 것은 1973년에 새로 지었다. 신륵사 극락보전 내부 대들보 상부의 ‘천추만세’라는 현판도 그가 직접 썼다. 신기하게도 이 현판은 보는 각도에 따라 글자가 달라 보인다.

남한강 강기슭 바위 언덕에 있는 6각 정자인 강월헌. 남한강과 묘하게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남한강 강기슭 바위 언덕에 있는 6각 정자인 강월헌과 다비탑. 남한강과 묘하게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남한강 강기슭 바위 언덕에 있는 6각 정자인 강월헌과 다비탑. 남한강과 묘하게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 관련기사 ◀
☞ [여행] 물길 따라 역사 흐른다…여주 여강길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