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진형기자] 2004년 올 한해 내수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민들이 값싸고 실속있는 소비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불황형 짠돌이 소비`.
5일 신세계(004170) 이마트가 올해 1~11월 생필품의 판매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황 바로미터` 상품들이 올 한해 중산층 소비의 파워 아이템으로 인기를 모았다.
가격대비 양이 많은 상품을 선호하는 양(量)중심 소비가 눈에 띄었고 가격이 저렴한 다른 상품군을 구입하는 대체 소비 현상이 심화됐다.
◇양(量)중심 소비=가격대비로 양이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병-페트병 맥주가 기존점 연누계로 30% 신장했고 반면 캔맥주는 소폭 줄어들었다. 컵라면이 6%밖에 신장하지 못한 것과 달리 봉지라면은 22%나 신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즉석식품에서도 나타났다. 해마다 두자리수 신장율을 보였던 햇반과 같은 즉석밥이 올해는 1% 신장에 그친 반면 직접 요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어도 가격대비 양이 많은 일반 쌀은 쌀소비 둔화 추세에도 불과하고 9% 늘어났다.
과일 역시 중량당 가격이 가장 낮은 바나나와 밀감이 올해 5~10% 증가하며 연중 꾸준히 잘 팔렸다.
양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PB 상품의 인기도 많았다. 이플러스 흰우유가 16% 신장해 이마트내 1ℓ 흰 우유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가격이 다소 높은 가공유는 5% 신장에 그쳤다.
이마트가 P&G와 함께 개발한 기획화장지 역시 15% 신장하며 화장지 매출 수위를 기록했다.
◇대체소비 현상=소비자들은 올 한해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갈치 대신 고등어를 찾는 경향을 보였다. 가격이 저렴한 대체 품목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마트에서 고등어·오징어·꽁치 등 이른바 가격대가 낮은 대중선어는 품목별로 20~30% 신장했지만 갈치·연어·돔 등의 고급선어는 5~10%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쇠고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8% 줄었지만 돼지고기 매출은 23%나 늘어났다. 돼지고기가 축산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에서 올해는 30%선까지 높아졌다.
빙과류에서도 전형적인 불황 바로미터 상품인 바형 아이스크림은 61% 신장했지만 고급형인 컵형 아이스크림은 2% 신장에 그쳤다.
방한복 역시 오리털 점퍼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패딩 점퍼가 11월말 누계로 54% 신장했다.
불황과 함께 외식대체 상품과 아이들 간식류도 높은 신장율을 보였다. 외식 지출을 줄이는 대신 간식으로 대체소비를 한 것.
치즈스틱·찐빵·핫도그 같은 아이들 간식 상품은 품목별로 10~15% 신장했고 냉면·비빔면 역시 기존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5% 잘 팔렸다.
즉석조리 식품도 판매 호조를 보여 족발·통닭·김밥·돈까스 등 패밀리 패키지 상품들은 13% 신장했고, 조미카레와 짜장 분말 역시 24%나 신장했다.
방종관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올해 엥겔지수가 4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언론보도처럼 식품류 매출의 약진이 눈에 띄는 특이점"이라며 "식품류에서도 불황바로미터 상품들의 매출 희비가 엇갈렸는데 싼 상품을 중심으로 한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소비 현상이 두드러져 불황형 소비의 전형을 보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