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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휘청이는 중기]①"직원 못 구하는데"…애타는 벤처

김호준 기자I 2021.06.02 06:00:00

7월, 근로자 5~49인 사업장 주 52시간제 시행
"인력 채용 별따기…사실상 무방비 상황"
기업 51만6000곳에 적용 예정
"야근에 주말에도 공장 돌려야 하는데…" 한숨
中企업계 “1년 이상 계도기간 절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련 없음.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말 그대로 무방비입니다. 직원 뽑기는 어렵고 사업은 늘어나는데 주 52시간제를 어떻게 지켜야할지…”

경기도 수원에서 공기청정 기계설비를 만드는 벤처기업 A사는 오는 7월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직원 30여 명을 둔 이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과 신사업을 대비해 올 초부터 연구개발 직원 3~4명 채용에 나섰지만, 지금껏 단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서울에서 먼 곳에 회사가 있는 데다가, 급여 수준도 대기업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A사 대표는 “우리 같은 성장기업은 납기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샘, 주말 근무나 하루 종일 출장을 가는 일도 허다하다”며 “기존 직원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맞추려면 사업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음 달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인력난을 겪는 중소벤처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영세 제조업 뿐만 아니라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IT(정보기술) 등 혁신 벤처기업들도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은 51만 6000곳으로, 종사자는 55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주52시간제가 시행된 50인 이상 사업장이 3만525곳, 종사자 407만명인 점과 비교하면 적용 대상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최근 외국인 입국이 막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까지 시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천안 한 주물업체 대표는 “기존 12시간 2교대 근무에서 3교대 8시간 근무로 바꾸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는데, 회사에 직원이 들어온 지 2년이 넘었다”며 “주문 받아놓은 일감을 소화하기도 벅차 새로운 일감은 수주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김치업체 사장도 “최근 중국산 알몸김치 파동으로 주문이 밀려오는데, 주 52시간제가 발목을 잡을 판”이라며 “기존에는 주 40시간만 일해도 돼 걱정을 안 했는데, 지금은 납기를 맞추려면 야근에 주말까지 공장을 돌려야 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벤처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기가 조금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가 그대로 시행되면 경기회복과 제2벤처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영세 기업들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내용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 대책은커녕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늦추거나, 사업주가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계도기간이 1년 이상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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