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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올빼미 공시로 말 많았던 한미약품…감사리스크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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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욱 기자I 2020.01.31 00:30:00

공시 지연으로 투자자 피해 발생
미공개정보 내부서 악용, 외부로 유출도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의 종속회사냐 관계회사냐를 놓고 외부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과 충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계개혁에 따른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수차례 자본시장에서 구설수를 낳아온 한미약품 전력을 보면 화를 자초한 면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본시장 파수꾼인 감사인 역시 `전과`가 있는 기업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언제든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이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원성을 산 것은 하루 차이로 호재 공시와 악재 공시를 연달아 내 주가 급락을 불렀던 사건이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29일 장 마감 이후인 오후 4시30분쯤 미국 제넨텍에 1조원 상당 표적 항암제를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호재인 만큼 30일 개장 직후 한미약품 주가는 5%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개장 후 30분만에 베링거인겔하임(BI)과의 8500억원 규모 기술 이전 계약이 종료됐다고 정정 공시했다. 그러자 한미약품 주가는 방향을 틀더니 결국 18.06% 폭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한미약품이 BI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것은 29일 오후 7시6분인데 이튿날 개장 후에 공시한 것은 고의로 늑장을 부린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30일 개장 전 정정 공시가 이뤄졌다면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수사당국은 ‘공시 문구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고로 보인다’며 무혐의 조치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민사 소송을 통해 한미약품에 책임을 묻고 있다. 2016년 10월과 11월, 2017년 8월 3차례에 걸쳐 372명이 청구한 손해배상가액은 44억1700만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의 정정 공시가 지연되는 사이 미공개 중요정보는 내부에서 이용되거나 외부로 유출됐다. 곧바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조사에 착수해 증권선물위원회 긴급조치로 검찰에 통보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4명을 구속 기소, 2명을 불구속 기소, 1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한미약품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혼란이 야기된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일부 임직원들이 이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유출과 이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이후에도 2018년 2월14일 나흘간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기술수출한 BTK억제제의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대상 임상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올빼미’ 공시를 해 빈축을 샀다. 올빼미 공시는 주요 정보를 투자자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시점에 공시하는 행태를 꼬집는 표현이다.

총수 일가가 주식을 활용해 부를 대물림하는 방식에도 `꼼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최대주주인 할아버지(임성기)가 자녀(임종윤·임주현·임종훈)를 건너뛰고 손자녀(임성연·임성지·임성아·김원세·김지우·임후연·임윤지·임윤단)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6일 기준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주식을 보유 중인 임성기 회장 손자녀 8명 중 7명은 아직 미성년자임에도 주식 부자 반열에 올랐다. 12~17세인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30일 종가 기준 226억~232억 원어치로 평가된다. 물론 자녀가 생존해 있는데도 손주에게 증여하면 일반 증여세에 30%를 가산하기에 증여세만 제대로 냈다면 위법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의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부동산과 함께 주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가 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이 커 세대 생략 증여가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9일 열린 금융감독원·한국회계기준원이 공동 운영하는 질의회신연석회의 결과가 구두로 전해지면서 한미약품그룹은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을 해소했다.

종속회사냐 관계회사냐에 대해 결론을 내려주진 않았는데, 이를 접한 한영회계법인이 ‘더는 종속회사로 분류하라 강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계 당국이 기존 회계처리를 문제 삼지는 않은 만큼 감사인이 나서서 지난 8년 치 사업보고서를 정정토록 하는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아직 서면 결과를 받기 전인 데다, 한미약품그룹과 한영회계법인이 다른 쟁점에서 또다시 맞붙을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은 일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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