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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본인 또는 지인 재판을 청탁한 정치인에 대해 사법농단 관여 법관과 공범관계로 보고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과 추가 공소장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유동수(58)·서영교(55) 의원과 전병헌(61) 전 의원, 자유한국당의 홍일표(63) 의원과 이군현(67)·노철래(69) 전 의원 등 정치인 6명이 적시돼 있다. 검찰은 이들이 재판결과에 대한 선처나 대응책 자문 등을 청탁하고 임 전 차장을 이를 실제 결과나 절차에 반영해주는 식으로 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임 전 차장을 통해 재판청탁을 한 것도 확인됐다.
다만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임 전 차장이 정치인 재판청탁 의혹에 대해 구체적 진술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검찰로선 물증과 관계자 진술 등으로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앞서 검찰은 재판청탁 의혹을 받는 몇몇 전·현직 의원을 비공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개별 정치인별 재판청탁 관련 사실관계는 대부분 파악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관심은 검찰이 재판개입의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죄를 정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지로 모아진다. 검찰은 정치인을 재판개입을 한 혐의를 받는 법관과 공범관계로 볼 수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법관의 재판개입 혐의 성립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법부 구성원이 아닌 정치인이 재판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내릴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법원 판례는 재판개입 등 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앞서 직권 존재 여부에 초점을 맞춰 직권남용죄 성립을 까다롭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검찰 내부에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전례가 없는 경우여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만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