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에 법사위]③與도 "野 되면 다시 내몫"..막강 권한 깨기 싫은 여야

임현영 기자I 2018.11.07 05:00:00

6일 법사위 제도개선 노력 4개월째 '멈춤'
타 상임위 최종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
원구성 때마다 '법사위' 쟁탈전 반복
과거 민주당 야당 시절에도 같은 사례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발목잡기’ 상임위로 비판받아 온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개선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사법농단 사태 등의 대형이슈에 밀린데다 여야 의원들의 무관심까지 겹쳐 정기국회 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 개혁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4개월째 멈춰선 상태다. 앞서 여야는 지난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과 함께 법사위 제도개선을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제도개선 소위원회 설치에만 합의했을 뿐 아직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다.

법사위는 16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하나지만 ‘상원’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최종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탓이다. 다른 법안과 겹치거나 헌법과 위배되지는 않는 지 확인하기 위함이지만 본래 목적과 달리 정치적인 의도로 법안에 제동을 거는 경우가 많았다. 법사위가 ‘옥상옥’이라고 불리며 비판받은 이유다.

막강한 권한을 지닌만큼 여야는 원구성 때마다 ‘법사위 쟁탈전’을 벌여왔다. 20대 후반기 원구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민주당은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20대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아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법사위 탈환’을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여당이 입법권력까지 차지하려 한다’며 사수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한국당은 몇차례 협상 결렬 끝에 법사위를 지켜냈다. 여기엔 17대 국회부터 ‘법사위는 야당 몫’이라는 관행도 작용했다. 다만 원구성 합의문에 ‘운영위원회 산하에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를 신설해 법사위 등 상임위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문구를 넣어 법사위를 포함한 상임위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도개선 소위는 한번도 소집된 적이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법사위 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법사위 권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한국장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당은 법사위가 지닌 ‘체계·자구수정 권한’을 “최소한의 여당 견제기능”이라는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당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법사위 제도개선이 추진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 구성 합의문에 포함된 문구는 사실상 구속력이 거의 없다”며 “민주·한국당 모두 원구성 협상용 카드로서 법사위 개혁을 내걸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법사위 월권’ 문제는 20대 국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법사위원장을 맡아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13년 12월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안 상정을 거부해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된 바 있다. 또 2015년 5월 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상임위 통과 법안에 대해 전자서명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에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발목잡기’라고 비난했고, 야당인 민주당은 ‘최소한의 견제’라며 지금과 같은 논리를 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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