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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새해 다짐, 아직 안녕하십니까?

선상원 기자I 2018.01.09 06:00:01
[조미나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문화연구소장]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국가도, 기업도 신년사를 발표한다. 작년의 아쉬운 점을 고치고 새롭게 목표와 계획을 수립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 성적을 올리겠다, 금연을 하겠다 저마다 부푼 기대와 설렘으로 새해를 다짐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실행이 어렵다는 거다. 미국 스크랜트 대학교(University of Scranton) 연구결과에 의하면, 새해 다짐의 92%는 실패한다고 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매년 연초에 다짐은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여유가 부족해서, 목표자체가 무리한 것이어서, 살기 바빠서, 분위기가 안 받쳐줘서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버드대학교의 로버트 키간(Robert Kegan) 교수는 변화면역(Immunity of Change)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신체가 면역시스템을 통해 병원체, 독소 등으로부터 자기자신을 보호하듯, 조직도 개인도 변화에 대해서 면역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는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와 매한가지다. 재채기를 해서 밖으로 다시 내보내거나 항체를 발동시켜 정착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변화면역을 뛰어 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5D 프로세스가 있다.

첫째, 불만족의 극대화(Dissatisfaction)이다. 지금이 너무 좋고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리 없다. 큰 병도 없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금연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현재 뭐가 문제인지, 지금대로 유지하면 어떤 극단적인 상황(악몽, Nightmare)이 벌어질 지 예상해 봐야 한다. 당장은 괜찮아도 계속 흡연할 경우 내 건강은,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본다. 신제품 개발 없이 지금대로 유지하면 경쟁에서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도태될 지, 사회의 적폐를 뿌리 뽑지 않고 그냥 덮고 가면 우리 자식 세대에게 어떤 미래를 넘겨주게 될 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지금 당장의 안정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이 든다.

둘째, 명확한 끝그림(Dream)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헝가리 본대에서 파견된 수색분대가 알프스 산맥에서 조난을 당했다. 험준한 얼음산에서 실종된 후 골든타임이 지났기에 그들을 포기하려고 하는 찰나, 수색대가 복귀한다. 사상자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 비결을 묻자 분대원 한 명이 가지고 있던 알프스 산맥 지도 덕분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도를 건네받은 본대는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지도는 알프스가 아닌 피레네 산맥 지도였던 것이다. 흔히 희망의 중요성을 전하는 사례로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는 아예 목표가 없는 것 보다는 잘못된 것이라도 가시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연히 ‘금연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금연했을 때 건강이 좋아지고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다. 신제품을 개발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매출이 올라가고 직원복지가 좋아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한 모습이 뚜렷할수록, 나 개인에게 오는 혜택이 명확할수록 이루고 싶은 의지도 커진다.

셋째, 현실의 장애물(Difficulty)이다. 꿈을 꾸는 것은 쉽다. 문제는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연해 봤더니 살이 너무 찐다. 신제품 개발하려니 만만치 않은 비용이 걸림돌이다. 작심삼일의 가장 큰 원인은 이런 걸림돌을 극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현실을 외면하고 무작정 ‘잘 될 거야’만 외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뉴욕대학교 심리학 교수 가브리엘 외팅겐(Gabriele Oettingen)은 이를 긍정적 공상(Positive Fantasy)일 뿐이라고 말한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게 하고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힘겨운 일과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부작용과 악영향들을 담대하게 대면해야 한다.

넷째, 선제적 대응(Deal)이다. 장애물을 꺼내 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변화는 완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금연, 다이어트, 신제품 개발 등 매년 생각만 하고 실천되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장애물로 인해 중도에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이렇게 해결할 것이다’를 정해두면 실천이 쉬워진다. 금연으로 입이 심심해 질 때를 대비해서 저칼로리 간식을 준비해 둔다. 신제품개발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미리 정해두고 기존 업무에 매몰되지 않게 별도 조직으로 운영한다. 미리 정해놓으면 고민하지 않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바로 실천할 수 있다.

다섯째, 탈진방지장치(Device)이다. 새 해는 매년 오고 다짐도 매년 한다.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실천할 수 밖에 없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흡연장소를 줄이고 어길 시 높은 범칙금을 부과한다. KPI에 신제품 개발 항목을 넣어 평가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새 해가 시작된 지 9일째다. 첫 날 세웠던 새해 다짐, 이미 작심삼일 되었다면 다잡으면 된다. 내년으로 또 미루지 말고, 1월이 끝나기 전에 5D로 지금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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