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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망신살 뻗친 경찰 수뇌부의 진흙탕 싸움

논설 위원I 2017.08.10 06:00:00
이철성 경찰청장의 ‘민주화의 성지 표현 삭제‘와 ’촛불집회 비하 발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 청장은 관련 내용을 부인했지만 의혹을 제기한 강인철 전 광주경찰청장은 추가 폭로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경찰 총수에 대한 부하 간부의 하극상 공세가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4만 경찰은 물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낯 뜨거운 행태다.

강 전 청장은 최근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전화를 걸어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광주경찰청의 SNS글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이 청장은 “전화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강 전 청장은 그제 “이 청장이 당시 통화에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내가 있는 한은 안 된다’고 말했다”며 폭로 내용을 추가했다.

폭로전의 배경에는 인사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 전 청장은 이 청장의 ‘민주화의 성지’ 표현 삭제 지시 이후 바로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좌천’됐다고 한다. 올 초에는 중앙경찰학교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에 대한 부당 징계 등의 비위 의혹이 불거져 감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강 전 청장은 “표적 감찰로 억울하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경찰청장 자리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청장은 전 정부가 임명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유임됐다. 촛불집회를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순실 추천설’ 등을 내세워 그를 ‘적폐청산 1순위’로 꼽는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경위야 어떻든 경찰 수뇌부의 ‘누워 침 뱉기’ 싸움은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게 생겼으니 이만저만한 망신이 아니다. 가뜩이나 공권력이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 법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이 내홍으로 이전투구를 벌이는 건 한심스런 작태다.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 수습하는 게 그나마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물론 강 전 청장 비위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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