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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스마트 워크'로 저출산 사이렌 끄자

최훈길 기자I 2015.10.21 06:00:00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최근 뉴스를 통해 50년 전 당시 24살의 만화가가 상상해 그렸다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접했다. 화상전화, 전기자동차, 태양열을 이용한 집, 원격 치료…. 전화보다 편지나 전보가 더 일상적이던 그 시절의 상상은 놀랍게도 불과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모두 현실이 됐다. 오히려 이를 뛰어넘는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입는 것만으로 심박 수, 호흡 수, 체온, 운동량 등 신체 데이터를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측정해 알려주는 ‘바이오셔츠’, 비명 소리나 폭발음이 발생한 지점을 스스로 포착하는 일명 ‘귀 달린 CCTV’, 어떤 형태든 그대로 재현해 내는 ‘3D프린팅기술’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욱 편리하고 질 높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 기대수명 역시 30여 년 더 길어져 여든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700여년 후 2750년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미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출산율(1.19명)이 지속되면 2060년이면 생산가능인구가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고, 결국 2750년이면 나라 자체가 아예 소멸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우리 사회가 당장 1년 후, 2년 후가 아니라 50년 후 100년 후, 그 이상 내다볼 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저출산과 성장동력 고갈의 난관을 극복하는 일이다. 그 해법은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일·가정양립을 통한 여성경제활동 확대에 있다. 여성고용률이 높아질수록 출산율과 GDP도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선진국 사례에서 확인된다. 정부가 여성경제활동 확대와 실질적 양성평등문화 정착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다.

다행스럽게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일·가정양립제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가정에서 육아와 가사를 함께하는 ‘워킹대디’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직원들의 일·가정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들에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가족친화인증’ 기업은 1년간 배 가까이 늘어 현재 956개로 확대됐다. 남성육아휴직자는 올해 상반기 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급증해 전체 육아휴직자 내 비중이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정부는 가정 내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게 육아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아빠의 달’ 제도를 내년부터 현행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미풍(微風)이 아닌 태풍(颱風)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가족친화경영의 한 방안으로 ‘스마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할 때다. 스마트워크는 주5일 출퇴근 하루 8시간 근무라는 전통적인 근무방식에서 벗어나 첨단IT기술을 기반으로 근무시간과 장소에 유연성을 높인 제도다. 근로자 입장에서 일·가정양립에 도움이 되고, 기업은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2010년 첫 도입 이후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한 기업에서도 제도를 이용하는 남녀직원 2만여 명 대부분이 육아와 개인시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며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지만, 기업에게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직장어린이집 확대, 매일 저녁 7시면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지는 ‘PC-OFF‘ 시스템,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통해 직원들의 일·가정양립을 지원하는 금융권의 한 기업은 지난해 입사지원율이 120대 1에 달할 정도로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가족친화인증기업들은 직원들의 평균 이직률은 감소하는 반면, 직원들의 만족도와 여성고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00년대 생활상을 정확히 예측했던 청년만화가는 이제 70대 노(老)화백이 되어 2050년을 화폭에 그리고 있다. 그가 상상하는 미래는 아이들은 우주선을 타고 수학여행을 떠나고, 좁쌀만한 로봇이 우리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픈 곳을 치료해준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될 것이고, 인류는 끊임없이 한계를 허물어갈 것이다. 가족친화경영도 이 같은 기술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발맞춰 가야 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삶을 통한 행복과 여기서 샘솟는 인간의 빛나는 창의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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