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8% 올랐다. 지난 3월(4.2%)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고점을 찍은 이후 1년 만인 지난 7월 2.3%까지 낮아지며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8월 3.4%, 9월 3.7%, 10월 3.8%로 오름폭을 키우며 석달 연속 3%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초 9월 물가가 발표되자 “10월부터는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지난달 물가 오름폭이 커진 것은 유가 하락폭이 전월보다 줄었고 농산물 값(13.5%)이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사과 토마토 귤 쌀 파 등이 20~70%까지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외식물가와 생활물가 상승률이 각각 4.8%와 4.6%로 전체 물가 상승률(3.8%)을 크게 앞지른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외식물가와 생활물가는 직장인이나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와 직결돼 불안 심리를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
지난달 말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는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4%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댓값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로 잡고 있다. 물가 당국은 내년에 소비자물가가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3%대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으로 내년 국제유가가 치솟을 경우 한은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좌우되는 속성을 갖고 있는데 물가가 특히 그렇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인건비 상승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물가불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농산물 수급 관리 강화, 재정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유지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