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닥쳤다, 수출이 살아났다

김형욱 기자I 2023.11.02 05:00:00

10월 수출액 551억달러…전년比 5.1%↑
부진했던 반도체·對중국 수출 바닥 다져
"글로벌 불확실성 여전… 낙관은 일러"
최태원 "현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강신우 기자] 지난달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늘어나며 지난 1년간 이어진 수출 부진에서 일단 벗어났다. 무역수지도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작년 2월 이후 20개월 만에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수출 경기를 낙관하기엔 일러 보인다. 재계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발맞춘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에 글로벌 첨단 산업 생산의 허브 기지를 구축하고, 중국과 수출 구조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새로운 협력 체제를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5.1% 증가한 550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은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 부진의 여파로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내리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는데, 드디어 부진 흐름을 끊어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로 전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89억4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3.1% 감소했지만, 감소폭은 작년 8월 이후 가장 적었다. 대(對)중국 수출액도 감소 폭이 9.5%까지 축소된 가운데 미국·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 수출 플러스에 힘을 보탰다. 가스·석탄 가격 하락 영향으로 수입액(534억6000만달러)이 9.7% 줄어들면서 무역수지는 1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5개월째 흑자다.

다만 수출 회복세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10월 수출 반등은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경기도 아직 바닥을 다지는 수준이어서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지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늘려 수출 반등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훈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는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철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국내에 글로벌 첨단 산업 생산의 허브 기지를 구축하고, 중국과 수출 구조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새로운 협력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각국 탄소중립 정책이 무역장벽이 되는 중”이라며 “민간 투자가 힘든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투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민간이 맡아서 운영하는 방식의 ‘리버스 BTL(역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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