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물가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금리 인상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률이 지난 2분기에 각각 7.6%와 7%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의 두 배를 넘었다. 가공식품은 73개 세부 품목 중 70개가 올랐고 외식은 39개 세부 품목이 모두 올랐다. 안 오른 품목을 찾기가 어려우며 뚜렷한 인상 요인이 없는 품목들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주부들 입에서는 “장 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절로 튀어 나올 지경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악재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물가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조짐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23년 9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0.4% 올라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에 수입 물가를 더한 국내공급자물가는 전월 대비 0.8%나 올랐다. 생산자물가가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주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식품업계와 제조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우격다짐으로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은이 정공법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불 끄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6연속 동결을 결정했지만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향후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한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복합불황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상저하고’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까지 더해지면 불황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할 위험이 크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붙들어 매지 못하면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경기와 물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물가를 선택하는 것이 순리다. 결정을 미룰수록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