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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에서 온 편지]클래식 선율에 깊어지는 한·레바논 우정

윤정훈 기자I 2023.08.25 06:30:00

페니키아 문명 발상지 레바논
내전중에도 ‘평화’ 강조한 음악 축제 지속돼
성악가 조수미,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도 참여
12월 베이루트 챈트 축제 한국 음악가 초청 추진

[박일 주레바논 대사]동지중해 연안에 있는 레바논은 페니키아 문명의 발상지로 오래전부터 동서양 문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레바논 사회의 높은 개방성과 표현의 자유는 문화와 음악을 꽃피우는 토양이다. 레바논에 부임해서 놀란 것 중 하나는 다양한 클래식 국제 음악 축제였다. 과거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 두 번 근무한 필자는 솔직히 레바논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레바논은 3개의 유명한 국제 음악 축제인 바알베크(Baalbeck Festival), 베이트에딘(Beiteddine Festival), 알 부스탄(Al Bustan Festival) 축제를 열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신생인 베이루트 챈트(Beirut Chants) 축제도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레바논의 음악 축제가 대단한 점은 17년간의 내전, 이스라엘과의 전쟁, 테러, 작금의 경제 위기 등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모든 축제의 수장들이 전부 여성이라는 점이다.

1956년 설립된 바알베크 축제는 중동에서 가장 유서 깊은 음악 축제로 ‘레바논의 자부심’으로 불린다. 축제는 매년 7월 레바논 북동부의 고대 로마 신전 유적지에서 열린다. 이곳은 제정 로마 시대의 최대 건축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바알베크 유적지’다. 밤하늘의 별빛과 화려한 조명이 휘감은 고대 로마 신전에서 펼쳐지는 한여름밤 음악의 향연은 커다란 감동이다. 바알베크 축제는 1975년부터 1992년까지의 내전,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등으로 일시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베이트에딘 축제는 레바논 내전이 한창이던 1985년에 시작되었다. 전쟁 중에 음악 축제를 설립할 생각을 한 그 용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축제는 매년 7월 중순 해발 1000m 산 중턱에 있는 19세기 초 레바논 건축의 걸작 중 하나인 베이트에딘 궁전에서 열린다. 알 부스탄 축제는 17년간의 내전이 끝난 후 실의에 빠져 있는 레바논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1994년 설립되었고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다. 2007년 다른 축제에 비해 후발 주자로 시작된 베이루트 챈트 축제는 매년 12월 성탄절 한 달 내내 시민들에게 무료로 클래식 음악을 선사한다. 이들 외에도 비블로스(Byblos), 바트룬(Batroun), 브루마나(Broumana), 주니에(Jounieh) 축제 등 매년 레바논에서는 20여 차례의 콘서트가 열린다.

그동안 이 축제에는 안드레아 보첼리,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적인 명성의 음악가와 엘튼 존,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머라이어 캐리 등 많은 대중 가수도 다녀갔다. 레바논 음악 축제는 아직 한국에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가 잘아는 성악가 조수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서보람 등이 레바논 음악 축제에 참가하여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우수성을 선보였다.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은 올 12월 베이루트 챈트 축제에도 우리 음악가 초청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앞으로 더 많은 한국의 음악가들이 레바논을 찾기를 바란다. 레바논 음악 축제에는 특별함이 있어서다. 분쟁을 이겨내는 평화의 힘, 정파와 종파를 초월하는 개방과 공존의 힘, 온갖 시련에 굴하지 않는 저항의 힘, 희망과 치유의 힘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음악은 한국과 레바논의 우정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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