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이정웅 한라식품 총괄이사는 인터뷰 내내 한라참치액의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요리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숨겨 놓고 비법처럼 사용한다는 참치액의 ‘원조’가 바로 한라식품이어서다. 지난 1999년 처음으로 개발해 시장에 선보인 이래 한라식품은 최근 다른 식품 대기업들의 도전 속에서도 현재 시장 점유율 40%(추산치)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최근에는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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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괄의 자신감은 오롯이 3대째 가업으로 쌓아온 품질 경쟁력에 근거한다. 1970년대부터 훈연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를 생산하던 작은 식품회사였던 한라식품은 ‘일본의 쯔유처럼 소스 하나만으로 맛있는 국물을 낼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참치액 개발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 총괄의 할아버지 고(故) 이용상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고민은 이 창업주의 아들이자 이 총괄의 작은 아버지인 이재한 현 대표까지 이어져 1999년 참치액 탄생으로 연결됐다.
이 총괄은 “조미료라고 하면 미원과 다시다만 있던 시대에 다용도 액상 소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제품”이라며 “가쓰오부시에 무, 다시마를 우리만의 배합으로 넣고 끓여 농축한 뒤 소금과 정백당으로 간을 맞춰 깨끗하게 여과하면 참치액이 탄생한다. 별도의 방부제나 보존제 없이도 24개월의 유통기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만능소스라고 불리는 데에는 음식의 맛과 간을 참치액 하나만으로 낼 수 있어서다. 이 총괄은 “미역국을 예로 들면 통상 국간장으로 맛과 간을 내는데 자칫 간장 냄새가 날 수 있다. 소금이나 액젓으로 간을 내기도 하는데 이 경우엔 또 밍밍할 수 있다”며 “참치액은 조선간장만큼의 염도를 갖고 있고 맛도 강해서 적은 양을 넣어도 냄새 없는 깔끔한 맛과 간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해하기 쉽게 비교해보자면 일본 쯔유, 중국 굴소스 같은 소스로 국물 요리는 물론 각종 무침, 볶음에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알려지던 참치액이 대박이 난 건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다. 이 총괄은 “코로나19로 집밥족이 늘면서 소스 수요가 크게 늘더라”라며 “여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다양한 재료를 사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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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대림(003960)을 시작으로 대상(001680) 청정원, 동원F&B(049770), CJ제일제당(097950)까지 식품 대기업들도 참치액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오히려 참치액 시장 규모 증가뿐만 아니라 한라식품이 돋보이는 기회가 됐다고 이 총괄은 전했다.
그는 “우리는 참치를 쫓아 태국에 공장까지 설립했다. 가쓰오부시를 공수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가쓰오부시를 직접 쓰지 않고 참치자숙액 등 추출액으로 만든 타사 제품들도 적지 않아 오히려 차별화된 맛이 부각되더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걱정도 많았지만 대형마트 등에 참치액 매대가 생기는 등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더라”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마트, NS홈쇼핑, 푸디스트, CJ프레시웨이(051500) 등 주요 유통기업들은 기존 한라참치액 공급을 넘어 한라식품에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라식품은 올해 엔데믹이라는 변수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상황 속에서도 1~5월 매출이 전년 대비 2억원 가량 늘었다고 했다. 본사가 있는 경북 상주에 제2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날로 확대되는 시장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 이 총괄은 ‘얼굴 마담’을 자처하고 나선 터다. 6년 전 본사 창고에서 틈틈이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던 참치액을 활용한 요리 콘텐츠 작업은 이제는 그의 주요 업무가 됐다. 이 총괄은 “대여한 카메라로 처음 찍었던 참치액으로 만든 냉잔치국수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페이스북 팔로워 8만명, 유튜브 구독자 1만5000명인 크리에이터가 됐다”며 “내가 유명해져 우리 회사와 제품도 유명해질 수 있다는 기대로 요리와 참치액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