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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방울이면 '美味'…이 남자가 대기업들 이긴 비법은?

남궁민관 기자I 2023.06.26 06:30:00

할아버지·작은아버지 대 이어 개발한 한라식품 참치액
"맛·간 한 번에 잡는 만능소스…코로나·고물가에 주목"
3대 이정웅 총괄이사 '얼굴마담' 나서 판로확대 총력
"원재료·배합법 독보적…대기업 진출 오히려 기회 돼"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음식의 ‘맛’과 ‘간’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만능소스’가 바로 한라참치액입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2대에 걸쳐 개발·시판해 3대에 이르러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냈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하죠.”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이정웅 한라식품 총괄이사는 인터뷰 내내 한라참치액의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요리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숨겨 놓고 비법처럼 사용한다는 참치액의 ‘원조’가 바로 한라식품이어서다. 지난 1999년 처음으로 개발해 시장에 선보인 이래 한라식품은 최근 다른 식품 대기업들의 도전 속에서도 현재 시장 점유율 40%(추산치)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최근에는 누적 판매량 1억병을 돌파했다.

이정웅 한라식품 총괄이사.(사진=한라식품)
◇3대 ‘진심’으로 탄생한 참치액…맛·간 한방에

이 총괄의 자신감은 오롯이 3대째 가업으로 쌓아온 품질 경쟁력에 근거한다. 1970년대부터 훈연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를 생산하던 작은 식품회사였던 한라식품은 ‘일본의 쯔유처럼 소스 하나만으로 맛있는 국물을 낼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참치액 개발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 총괄의 할아버지 고(故) 이용상 창업주로부터 시작된 고민은 이 창업주의 아들이자 이 총괄의 작은 아버지인 이재한 현 대표까지 이어져 1999년 참치액 탄생으로 연결됐다.

이 총괄은 “조미료라고 하면 미원과 다시다만 있던 시대에 다용도 액상 소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제품”이라며 “가쓰오부시에 무, 다시마를 우리만의 배합으로 넣고 끓여 농축한 뒤 소금과 정백당으로 간을 맞춰 깨끗하게 여과하면 참치액이 탄생한다. 별도의 방부제나 보존제 없이도 24개월의 유통기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만능소스라고 불리는 데에는 음식의 맛과 간을 참치액 하나만으로 낼 수 있어서다. 이 총괄은 “미역국을 예로 들면 통상 국간장으로 맛과 간을 내는데 자칫 간장 냄새가 날 수 있다. 소금이나 액젓으로 간을 내기도 하는데 이 경우엔 또 밍밍할 수 있다”며 “참치액은 조선간장만큼의 염도를 갖고 있고 맛도 강해서 적은 양을 넣어도 냄새 없는 깔끔한 맛과 간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해하기 쉽게 비교해보자면 일본 쯔유, 중국 굴소스 같은 소스로 국물 요리는 물론 각종 무침, 볶음에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알려지던 참치액이 대박이 난 건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다. 이 총괄은 “코로나19로 집밥족이 늘면서 소스 수요가 크게 늘더라”라며 “여기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다양한 재료를 사기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라식품이 최근 한라참치액 누적 판매 1억병 돌파를 기념해 배우 김수미와 캠페인을 전개했다.(사진=한라식품)
◇“대기업과 경쟁, ‘원조’ 한라식품엔 오히려 기회”

사조대림(003960)을 시작으로 대상(001680) 청정원, 동원F&B(049770), CJ제일제당(097950)까지 식품 대기업들도 참치액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오히려 참치액 시장 규모 증가뿐만 아니라 한라식품이 돋보이는 기회가 됐다고 이 총괄은 전했다.

그는 “우리는 참치를 쫓아 태국에 공장까지 설립했다. 가쓰오부시를 공수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가쓰오부시를 직접 쓰지 않고 참치자숙액 등 추출액으로 만든 타사 제품들도 적지 않아 오히려 차별화된 맛이 부각되더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걱정도 많았지만 대형마트 등에 참치액 매대가 생기는 등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더라”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마트, NS홈쇼핑, 푸디스트, CJ프레시웨이(051500) 등 주요 유통기업들은 기존 한라참치액 공급을 넘어 한라식품에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라식품은 올해 엔데믹이라는 변수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상황 속에서도 1~5월 매출이 전년 대비 2억원 가량 늘었다고 했다. 본사가 있는 경북 상주에 제2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날로 확대되는 시장에서 또 다른 기회를 잡기 위해 이 총괄은 ‘얼굴 마담’을 자처하고 나선 터다. 6년 전 본사 창고에서 틈틈이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던 참치액을 활용한 요리 콘텐츠 작업은 이제는 그의 주요 업무가 됐다. 이 총괄은 “대여한 카메라로 처음 찍었던 참치액으로 만든 냉잔치국수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페이스북 팔로워 8만명, 유튜브 구독자 1만5000명인 크리에이터가 됐다”며 “내가 유명해져 우리 회사와 제품도 유명해질 수 있다는 기대로 요리와 참치액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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