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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위드 코로나’ 방역체계 전환, 성급한 판단은 안돼

논설 위원I 2021.09.09 06:00:00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그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월말부터 ‘위드 코로나’ 적용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나가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점진적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위드 코로나’로 방역쳬계를 전환하는 논의가 정부내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위드(with) 코로나’란 코로나19와 공존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는 코로나19 퇴치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방역조치를 강화해 확진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 퇴치를 사실상 포기하고 방역체계를 확진자 발생 억제에서 위중증환자 치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의 방역조치 가운데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대부분 풀리게 돼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일상으로 상당 부분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국이 10월말 ‘위드 코로나’ 전환을 검토하는 근거는 백신 1차 접종률 70% 달성이 그 때까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는 성급한 판단이다.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은 백신 접종 확대를 기반으로 방역조치를 대폭 풀었다가 불과 2~3개월만에 확진자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급증해 풀었던 방역조치를 다시 강화하고 부스터 샷(3차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도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출현으로 집단면역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연쇄 도산 위기에 직면한 대다수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방역조치가 풀려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심정은 다르지 않다.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도 ‘위드 코로나’ 조기 전환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6명 꼴로 우세했다. 그러나 감염병 방역을 여론에 따라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중인 치료제가 FDA (미국 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려면 빨라야 연말은 돼야 한다. 치료제도 없이 덜컥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선언했다가 확진자가 급증하면 낭패다. 대선을 앞두고 인기에 영합해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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