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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MZ세대 잡겠다" 디지털·헬스케어로 소통나선 보험통

전선형 기자I 2021.07.01 06:00:00

1일 통합법인 출범,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고루한 금융으로 청년층 못잡아
조직에 '포텐문화' 정착 추진
임원 실천율 주기적으로 보고 받아
디지털·헬스케어 신사업 육성
유병자에게도 보험가입 길 넓혀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최근 신한라이프가 하는 일을 그룹 등에 얘기하면 정말 화들짝 놀란다. 금융사가 혹은 보험사가 이래도 되냐고 되물을 정도다. 그럴 때마다 ‘변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시대가 변했다. 금융은 더 이상 고상한 플레이어만의 영역이 아니다. ‘꼰대 마인드’를 버리고 틀을 깨야한다. 그래야 일류회사가 될 수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한 신한라이프가 1일 공식 출범했다. ‘신한’이라는 안정적 금융사 이미지에 오렌지라이프의 ‘젊음’을 입히며 생명보험업계의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첫 수장은 신한생명 대표이사인 성대규 사장이 맡았다. 금융위원회와 보험개발원, 신한생명 등 ‘관’과 ‘민’을 모두 거치며 ‘보험통’으로 불리는 성 사장은 이번엔 ‘파격’에 도전하려고 한다. 금융은 ‘고지식하다’는 관념을 깨고, 외부는 물론 조직문화도 새롭게 바꿔 나가며 신한라이프를 ‘일류’ 보험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초대사장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신한라이프 본사에서 가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유성 기자)
‘퍼플 색’ 자켓입고 간담회 서...파격 행보

지난 28일 성 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서울 중구 소재 신한라이프 본사는 출범 준비로 분주했다. 신한생명이 붙어 있던 간판은 신한라이프로 바뀌었고, 층별 안내표지도 모두 새롭게 교체됐다. 다소 고풍스러웠던 성 사장의 집무실도 색을 입었다. 성 사장의 자리 뒤에는 신한라이프의 새로운 광고 판넬이 줄줄이 자리했고, 하얀 벽에는 신한라이프의 대표 컬러인 ‘컨템퍼러리 퍼플’색 벽시계가 걸려있었다.

집무실을 둘러보던 기자에게 성 사장은 ‘지난 기자간담회 때 입은 자켓에 대한 반응’을 물었다. 성 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가 됐다. 평소 가벼운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다니던 성 사장은 이날 ‘컨템퍼러리 퍼플’색 자켓을 입고 나타나 카메라를 향해 ‘브이’ 포즈를 취했다. 간담회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였지만, 대체로 ‘신한라이프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성 사장은 “보라색 옷을 입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젊은 직원들이 머리를 모아 새롭게 변화하려고 하는데 사장이라고 ‘안 하겠다’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나부터 순응하고 바뀌려고 하고 있다”며 “조직문화는 물론 경영에 있어서도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꿔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라이프는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포텐’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고 있다. 포텐은 ‘포텐이 터지다(잠재력이 폭탄같이 터진다)’이란 신조어에서 가져온 말이다. 여기에 네 가지 측면의 이해관계자(신한라이프, 신한금융, 고객, 사회)를 고려하고 ‘신한라이프가 추구하는 10가지(공정ㆍ유연성 등) 일하는 방식을 담자’라는 ‘4와 10’ 의미를 추가했다.

다소 생소하지만 성 사장은 포텐 문화를 임원들이 먼저 실천하도록 할 생각이다. 임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얼마만큼의 포텐을 실천했는가’를 보고받겠다는 것이다. 성 사장은 “직원들에게 변해야하는 문화, 추구하는 문화에 대해 설문을 받았는데 ‘보고서는 직접 작성하기’가 올라와 있어 깜짝 놀랐다”며 “‘아직도 직원들이 심부름을 하는 문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직원들의 생각도 이해 못하는데, 앞으로의 주 고객이 될 MZ(1980~2000년대생)세대를 잡을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포텐문화를 더욱더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헬스케어는 없던 보장영역 찾아내는 사업”

성 사장은 내부 조직뿐 아니라 신한라이프의 경영방식에도 변화를 입힐 계획이다. ‘디지털 금융’과 ‘헬스케어’라는 두 가지 사업을 필두로, 신한라이프의 색을 정립해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에 대한 사업구상은 명확했다. 이미 출시한 ‘하우핏’을 자회사로 독립해 육성시키고, 헬스케어사 인수도 고려 중이다. 하우핏은 인공지능(AI) 모션 인식 기술 기반의 홈트레이닝 서비스로 AI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운동 횟수와 강도를 관리해 준다.

성 사장은 신한라이프의 헬스케어 롤모델로 남아공 디스커버리사(社)의 바이탈리티 프로그램을 꼽았다. 바이탈리티는 기업 대상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보험사 연계를 시작하면서 고객의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해치는 습관,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된 케이스다.

성 사장은 “사람들이 헬스케어를 생각할 때 ‘건강안하면 보험료 많이 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헬스케어 정보가 많다면 유병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되도록 많은 사람이 보험가입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게 보험사 헬스케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다양한 건강 정보 활용을 통해 그간 보험사가 만들지 못했던 색다른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출범일을 맞아 출시하는 상품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내놓는 상품이다.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보험금을 더 주는 상품, 위내시경 등에서 용종이 발견됐을 때마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독특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성 사장은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첫 최고경영자(CEO)라는 중책을 맞게 되어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

그는 “보험산업 전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신한라이프부터 변화하자는 생각은 명확하다”면서 “특히 단기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설정해 100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안정적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라이프는 지난해말 기준(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산) 자산 71조5000억, 고객수 400만명, 수입보험료 7조9000억원 등으로 공식출범 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단숨에 업계 4위로 올라선다. 지급여력(RBC)비율은 314.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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