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택배 상자, 각종 음식료품 포장비닐, 다 쓴 위생용품 용기, 배달음식을 시키고 남은 플라스틱…’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매주 일요일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면 놀랐다. 일주일간 배출한 것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쓰레기가 매번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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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보를 구하고, 필요한 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 제로웨이스트숍 ‘더피커’를 방문했다. ‘당신의 용기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재활용 용기를 환영하고, 제로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이들의 용기를 응원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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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제로웨이스트 입문자가 주로 쓰는 대나무 칫솔을 구매했다. 또 다른 입문 용품인 스테인리스 빨대는 휴대가 불편할 거 같아서 구매하지 않았다. 빨대가 없으면 입으로 마시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 집에서 쓸 수 있는 원형수세미와 천연치실 등도 준비해간 에코백에 담았다. 이밖에 유기농 비누와 각종 천연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다음번으로 구매를 미뤘다.
대나무 칫솔은 만족도가 높았다. 가벼웠고, 플라스틱 칫솔의 빈자리를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나무 소재가 물에 젖으면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세워서 말려놨는데 자주 사용하다 보니 잘 마르지 않았고, 시행착오 끝에 눕혀서 말리면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유리병에 담긴 천연 치실도 플라스틱에 담긴 치실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가격 면에서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치실(50m 기준) 대비 2000원가량 비싼 6000원대에 판매된다. 1회 리필용(3000원)을 이용하면 2회 이용부터는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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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반찬가게도 도전했다. 집에서 밀폐 용기 2개를 챙겨가서 호박 샐러드와 제육볶음을 구매했다. “용기에 포장되느냐”는 물음에 반찬가게 사장님은 “당연히 된다”며 미소 지었다. 준비해간 용기 크기가 작아서 호박이 일부 뭉개졌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플라스틱 용기 2개만큼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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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은 일회용 마스크 대신 면 마스크를 쓰는 것이었다. 면 마스크를 사서 보관하는 비용보다 일회용 마스크가 훨씬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외 휴지 대신 손수건 쓰기, 샴푸와 세탁세제 등도 천연으로 쓰는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실천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실천하는 것은 세제와 비누 등을 리필 해서 쓰는 방식이다. 제로웨이스트숍을 꾸준히 찾는 손님이 가장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도 최근에는 리필스테이션을 속속 열고 있다.
주변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라벨 떼기 같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지켜지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기본이 된 분위기다.
제로웨이스트 정보를 구하는 일도 예전보다 쉬워졌다. 제로웨이스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네이버 카페 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국에 20여 개 남짓이던 제로웨이스트숍도 속속 생겨나 현재는 100여 개로 추정된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인식이 변화하면서 최근 가게를 어떻게 하면 열 수 있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여전히 정보가 적고 불편하지만,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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