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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제주2공항, 부동산 하락으로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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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기자I 2019.12.26 05:05:56

경기회복 기폭제 기대에도…“빨라야 2021년 첫삽”
폭등해온 부동산값은 조정기…일각선 “더딘 공항사업 원인”
“공항 사업, 토지보상액만 1조…풀리면 시장 살아나”

제주2공항에 반대하는 주민과 환경시민단체들. 위는 제주도청 앞 농성장 모습, 아래는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일대.(사진=김미영 기자)
[제주=이데일리 김미영 기자]이달 중순 찾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일대. 거리마다 ‘공항 건설 반대’ 현수막이 바닷바람을 타고 쉼 없이 펄럭였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제주도청 앞에선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치는 건설 예정지 주민과 환경시민단체의 풍찬노숙 농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성산읍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의 예정지 발표 이후 계속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이를 둘러싼 갈등이 제주 곳곳에서 표출돼 사업 무산 위기감까지 고조되면서 제2공항 갈등이 제주도 부동산 하락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서 또 제동 시 사업 무산…넘어도 2021년에나 첫 삽”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맞먹는 총 545만6437㎥ 부지에 총사업비 5조1200억원을 들여 3200m 길이의 활주로 1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시설 등을 신설하는 대규모 국책 SOC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를 두고 지역민과 환경시민단체가 부실 의혹을 제기하는 등 잇달아 장애물을 만나면서 4년여 동안 진척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에는 환경부에서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재보완을 통보함에 따라 사업은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부 요구대로 추가 조사를 벌여 자료를 제출하면 환경부는 최종적으로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등 가운데서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며 “부동의 결정을 내린다면 사업 적정성 협의가 무산된단 의미로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짓는 건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제동이란 복병을 넘어서더라도 2020년 첫 삽을 뜨려던 당초 계획은 빨라야 2021년에나 가능해진다.

제2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어온 제주도청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내년엔 올해보다 317억원 넘게 늘어난 356억2000만원의 사업 예산이 편성되는 등 정부 역시 국책사업 추진 의지가 분명함에도 일각에서 방해를 한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현학수 제주도청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제2공항 건설 아닌 제주공항을 확장하라는 말들을 하는데 기존 공항은 더는 확장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제주 여건상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침체 국면으로 돌아선 제주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사업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공항 건설 사업으로 5조원대 돈이 풀리면 △생산유발효과 3조9619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7960억원 △고용효과 3만7960명 △취업유발효과 3만9784명 등 제주 경기 회복의 기폭제가 되리란 계산이다.

반면 환경부와 함께 지역민들, 환경단체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환경오염 우려다. 서귀포시의 50대 고 모씨는 “대대로 살아온 우리 삶의 터전을 잃는 것도 안될 말이지만 땅이랑 바다를 다 망치면서 공항을 또 하나 지을 이유가 뭐 있나”라고 반문했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의 최승희 활동가는 “입지적 타당성이 낮은 부적합한 계획으로 제주의 진정한 가치인 자연경관을 훼손해선 안된다”며 “제2공항이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도를 넘어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서 벌여온 제2공항 반대 집회·농성을 이어가면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압박한단 계획이다.

2공항 사업 표류 ‘제주 부동산 하락’ 엎친 데 덮친 격

도내에서는 제2공항 건설 사업의 표류가 제주도 부동산 시장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제주시의 40대 부 모씨는 “공항이 하나 더 들어서면 일대 토지보상 등으로 돈이 풀리고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다”며 “사업 진행이 제자리다 보니 제주도 집값이 내려가 일부 주민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주 부동산 값은 제2공항 계획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못지않은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제주도 지가변동률은 2014년 3.73%이었지만 제2공항 사업 추진을 공식화한 2015년 7.57%로 껑충 뛰었고 2016년 8.33%, 2017년 5.46%, 2018년 4.99% 등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아파트, 단독주택, 토지 등 가리지 않고 무섭게 치솟은 2016년에는 전국에서 지가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당시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0.18%로 전국 평균(1.50%)의 7배를 웃돌았고 제2공항 건설로 개발 호재가 작용한 서귀포시 단독주택은 18.35% 폭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제주 부동산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제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 1월부터 내리 11개월 하락했다. 서귀포시도 3월 이후 한 번도 상승 반전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도 관계자는 “2014년께부터 연예인들이 내려오고 제주 열풍이 불어 중국자본도 급속히 들어왔다”며 “제2공항 건설까지 겹치면서 개발 심리가 작동해 땅값이 감당 못할 정도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후 한중 갈등을 부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가 터지면서 중국자본이 철수하기 시작했고 제2공항마저 지지부진해지면서 제주의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위축됐다. 제주도내 한 중소건설사 대표는 “외지인들이 하나둘 떠나고 중국자본도 줄어 부동산 거품이 빠지던 상황에서 2공항 사업도 예정대로 진행하지못해 엎친 데 덥친 격이 됐다”며 “이에 따른 도미노 현상으로 미분양 주택이 많아져 도내 자금 흐름 경색과 관련 업체 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국자본 철수는 외교적인 변수인 만큼 향후 제2공항 건설이 환경부 환경평가란 관문을 넘어 본궤도에 오른다면 제주 부동산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면 토지보상액만 1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투자 자본도 유입되면서 서귀포 일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고 현재 조정기인 집값도 반등세를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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