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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주말 여기어때]쉼표가 필요한 주말, 한옥 카페 가볼까

성세희 기자I 2018.03.10 06:00:00

서울 성북구 전통찻집 '수연산방'
소설가 이태준 생가…85년간 보존된 민속 자료

소설가 상허 이태준 선생이 약 13년간 거주한 고택 수연산방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서울 성북구 성북동 언덕배기를 오르면 오래된 한옥 한 채가 덩그러니 나타난다. 돌벽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한옥 대문에는 한자로 ‘壽硯山房’이란 문패가 걸려 있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11호이자 1999년부터 전통찻집으로 운영되는 ‘수연산방’이다.

이곳 대문에 들어서면 자갈이 깔린 마당과 수많은 화초, 나무가 주인보다 먼저 손님을 반긴다. 1933년 지어진 한옥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고 아름답다. 붐비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고즈넉하면서도 세련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적도 있는 소설 ‘복덕방’ 저자이자 우리나라 대표 근대 소설가 상허 이태준 작가 생가다. 이 작가는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살면서 수많은 문학 작품을 집필했다. ‘수연산방’이란 이름도 이 작가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이곳은 건물 중앙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왼쪽이 건넌방이고 오른쪽이 안방이다. 수연산방을 제대로 즐기려면 안방 앞에 지어진 누마루에 앉아보자. 마당부터 별채까지 한눈에 보이는 누마루는 아늑하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이다.

소설가 상허 이태준 선생이 월북 전 거주한 고택 수연산방 건넌방. (사진=성북구청)
이 작가는 일제가 물러난 직후 월북한 뒤로는 생사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작가가 떠난 수십 년 뒤 수연산방은 이 작가 큰 누님의 딸이자 외손녀인 조상명씨가 전통찻집을 열었다. 이곳은 개점 초반부터 명성을 떨쳤는데 주로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층이 찾던 곳이었다. 조씨 딸이자 이 작가의 외증손녀가 이곳을 물려받은 뒤엔 단호박 빙수나 아이스크림 등 젊은 층을 공략한 메뉴를 내놓았다.

수연산방은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이 ‘힐링(치유)’하고 싶을 때 찾는 명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명해졌다. 그래도 대표 메뉴는 20년간 변함없이 대추차다. 대추차는 차갑게 혹은 뜨겁게 즐길 수 있다. 대추의 달큼한 맛이 어색하다면 미숫가루나 매실차, 유자차 같은 전통 차를 즐길 수 있다. 출출하다면 직접 만든 단호박 범벅(호박죽)을 먹으면 금세 든든해진다.

날이 좀 더 풀리면 단호박 빙수도 추천한다. 단호박을 아삭아삭한 얼음과 씹어먹으면 고소하면서도 단내가 콧속으로 번진다. 단호박 맛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단호박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좋다. 아기 주먹만 한 단호박 아이스크림이 세 덩이쯤 담겨서 나온다.

이곳은 여름에 좀 더 사람이 붐빈다. 싱그러운 풀잎으로 가득한 정원은 더위도 쫓는다. 여름엔 별채와 마당, 안채까지 시원한 음료와 정취를 즐기려는 손님으로 빼곡하다. 그러나 겨울과 봄 정취도 만만찮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이나 연둣빛 여린 잎이 막 고개를 드는 봄날 이곳을 찾으면 사람에 덜 치이면서도 수연산방 전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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