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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덜어내는 국민연금…2차전지·기계株 담았다

김응태 기자I 2023.06.14 06:01:00

SK하이닉스 보유 비중 0.43%p 축소
엔비디아發 단기 급등에 일부 차익실현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株 비중↑
기계 및 자동차주 등 실적주 지분도 확대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민연금이 이달 들어 반도체 종목의 보유 지분을 줄이고, 2차전지 및 기계주 지분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發) 호실적 여파에 국내 반도체주가 급등하자 일부 차익실현에 나서는 한편, 최근 주가 흐름이 주춤했던 종목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전략 바꾸는 국민연금…반도체·中 리오프닝株 덜었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달(6월2~13일)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 비중을 변경한 종목은 총 18개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반도체 종목의 보유 지분을 줄였다. 지난 7일 SK하이닉스(000660)의 지분 비중을 8.17%에서 7.74%로 0.43%포인트(p) 축소했다.

최근 반도체 종목이 급등하면서 지분 일부에 대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주들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주가가 큰 폭 뛰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회계연도 1분기(2~4월) 영업이익이 월가 전망치를 20% 상회한 영향을 받은 게 주효했다. 챗(Chat)GPT 열풍에 따른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하며 관련 종목 전반이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의 보유 비중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호텔신라(008770)의 지분을 10.23%에서 9.8%로 0.43%p 하향 조정했다. 중국 통계국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50% 이하를 밑도는 등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기 회복 지연 시 관광 수요도 위축돼 리오프닝 관련 종목의 실적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2차전지주 조정되자 ‘줍줍’ …실적 개선주도 비중↑

반도체 및 리오프닝 관련 종목의 보유 비중을 줄이는 대신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모멘텀이 부족했던 종목을 확대하는 전략을 폈다. 2차전지 관련주가 대표적이다. 지난 7일에는 양극재 생산업체인 LG화학(051910)의 보유 지분을 6.84%에서 7.48%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을 전개하는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의 비중도 8.31%에서 8.88%로 늘어났다.

2차전지 관련주의 경우 연초 급등한 뒤 5월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면서 조정 흐름을 보였지만, 이달에는 다시 이익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충전설비 업체들이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과 호환되는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자, 국내에서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도 앞으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 대비 이익 증가 흐름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올해 및 내년 이익 전망치가 다소 하향 조정돼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의 방향성은 우상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이익 기대감이 지속할 때에는 제한적인 주가 조정 이후 재차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기계주를 매수하는 것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보유 비중이 10.0%에서 10.16%로 늘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기계주는 북미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판매 확대로 호실적이 예상되는 기아(000270) 역시 보유 비중을 7.46%에서 7.66%로 확대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기아의 5월 글로벌 도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26만8000대를 기록했다.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은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 회복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도매 판매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 2분기 호실적 전망을 뒷받침하는 양호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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