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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업보다 심각한 구직단념, 고용의 질 개선 시급하다

논설 위원I 2021.08.13 06:00:00
고용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54만 2000명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실업자 수는 92만명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3.2%로 떨어졌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1.3%로 전년 동월대비 0.8%포인트 높아졌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7월 고용 성적표’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일자리 상황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거의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코로나19 직전(2020년 2월) 대비 99.4% 수준까지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고용의 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대 취업자 수는 17개월 연속 줄었다. 경영난이 심해져 종업원을 내보내고 ‘나홀로 사장’이 된 자영업자 수도 2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실업자는 줄었지만 구직단념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63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자들의 실업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월~올 6월 사이에 단기 실업자는 15.5% 줄고, 장기 실업자는 26.4% 늘었다. 실업이 길어지면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게 된다. 실업자의 구직단념 전환 비율이 장기 실업자(21.1%)가 단기 실업자(11.9%)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의사가 없는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 233만4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도 걱정스럽다. ‘쉬었음’ 인구의 증가는 돈벌이나 출세하고 싶은 마음을 접은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연상시킨다. 일본 경제의 몰락은 의욕상실증에 빠진 ‘사토리 세대’ 양산과 무관치 않다.

실업자가 줄고 있음에도 구직단념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는 많이 만들어 내고 있지만 취업 희망자들이 바라는 질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 활동을 억누르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 혁신에 전력투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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