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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2천명대…자영업·일용직·30대 ‘고용 충격’(종합)

원다연 기자I 2021.08.12 07:00:00

7월 고용동향, 코로나 '약한고리' 직격탄
직원 있는 자영업자, 역대 최장기 감소
‘쉰다’ 233만명 최대, ‘구직포기’ 63만명
이대로 가면 걷잡 수 없어, 신속대책 필요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공지유 최훈길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충격이 자영업자, 30대, 일용근로자 등을 덮쳤다. 강화한 방역조치의 영향을 직접 받는 업종의 충격파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면서 장기화하자 고용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향후 고용쇼크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더 심화할 고용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현금성 지원, 단기 일자리 제공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뿐 아니라 고용 취약계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 후 고용유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한 식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와 폭염으로 인해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원 있는 자영업자, 최장기 감소…나홀로 사장으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4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만 2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서도 지난달 취업자 수는 올해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호조에 따른 운수·창고업 취업자와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취업자 수가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양적인 면에서는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증가폭 둔화로 고용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4월 65만 2000명에서 5월 61만 9000명, 6월 58만 2000명에 이어 3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고용동향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작한 12일을 포함해 11일부터 17일까지 조사가 이뤄지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를 제한적으로만 반영했다.

결국 수출 호조와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없었더라면 일자리 시장은 고용증가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강화한 방역조치 영향 탓에 도·소매업 취업자, 자영업자의 고용충격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는 334만 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8만 6000명 줄어 전월(16만 4000명)보다 감소폭을 확대했다. 수도권에서 사적모임 금지 조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1만 2000명 감소해 결국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자영업 지표에서도 고용 쇼크가 그대로 드러난다. 고용원(직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달 127만4000명으로 1991년 4월(125만1000명) 이후 30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작년 7월보다 7만1000명 줄면서 2018년 12월(2만6000명 감소) 이후 3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1982년 7월 통계 작성 시작 이후 최장 감소 기록이다. 반면 직원 없는 자영업자는 8만 7000명이나 늘었다. ‘사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직원을 내보내고 ‘나 홀로 사장님’으로 전락한 것이다.

취업자 가운데서는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일용근로자 수가 대폭 줄었다. 지난달 일용근로자는 17만명이 줄어 지난 1월(23만 2000명) 이래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나이별로는 최근 고용 회복세에서 소외돼 있던 30대의 어려움이 이어졌다. 지난달 30대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12만 2000명이 줄었다. 30대 이외 모든 나이대에서 취업자가 늘어났지만 30대 취업자는 줄었다. 30대 취업자 수 감소세는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30대 종사 비중이 큰 도소매업 취업자가 감소세여서 다른 나이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취업자 수 회복이 더디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냥 쉰다’ 233만명 역대최대…‘구직포기’ 63만명 첫 돌파


특히 아무 일도 못하고 그냥 ‘쉰’ 인구와 구직단념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은 233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5000명 늘었다. ‘쉬었음’ 인구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2018년 7월 188만 6000명에서 2019년 7월 209만 4000명, 지난해 7월에는 231만 9000명으로 늘었다.

나이별로는 60세 이상 ‘쉬었음’ 인구가 96만 100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폭염 영향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의 활동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도 63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2000명 증가했다. 구직단념자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지만 노동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일컫는다.

구직단념자는 2019년 7월 54만 6000명, 지난해에는 58만명이었다가 올해 처음으로 63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2014년 통계 개편 이후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치다. 성별로는 남성 구직단념자가 34만 9000명, 여성이 28만 4000명이다.

통계청은 구직 단념자 중 청년층이 30~40%, 60대 이상이 약 25%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년층 구직단념자 증가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공개채용이 줄고 상시채용이 늘어나고 있다”며 “청년층 중 시험을 준비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구직단념자 규모도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구직단념자 등 고용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악화하며 전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이달부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페이스북에서 “상반기 경제회복이 이어지면서 7월에도 전체적으로 고용개선 흐름이 이어졌지만, 최근 방역강화 조치 등으로 8월 고용부터는 시차를 두고 충격 여파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일자리 양극화 장기화…투트랙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할수록 고용 취약계층에 어려움이 쏠리는 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신속한 단기적 지원’과 이들의 고용 전환을 지원하는 ‘중장기 대책’을 함께 구사하는 ‘투트랙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화한 방역조치 영향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용지표 관리를 위해 단기 일자리 등으로만 방어하고 있다”며 “취업자 증가세가 급작스럽게 감소세로 전환하진 않겠지만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특히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해 즉각적인 현금성 지원과 함께 업종 전환이나 일자리 자체를 옮길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보고 구직활동 자체를 단념한 것”이라며 “실업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노동시장이 막혀 있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대로 장기실업으로 빠지면 앞으로 10~20년간 소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정으로 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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