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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수장된 해수부 6급…"주무관 아닌 한국 대표입니다"

한광범 기자I 2021.06.16 06:00:00

[인터뷰]인도양참치위원회 의장 선출 김정례 주무관
"과거 쿼터만 욕심내던 韓, 이제 지속가능 조업 주도"
"업계, 대승적 측면서 동참…장기적으로 경제적 이득"

김정례 해양수산부 주무관(왼쪽)이 2019년 12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회의에서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인도양참치위원회(IOTC) 회원국들에게 저는 한국 대표일 뿐입니다. 직급은 아무런 고려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인도양참치위원회 총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된 김정례 해양수산부 주무관(6급)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직급이 의장 선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33개 회원국의 대표단 직급은 제각각이다. 어떤 나라는 수산청장이 대표단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나라는 실무진 공무원이 대표단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며 “위원회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들은 상대가 무슨 직급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UN공해어업협정은 참치와 같은 고도회유성 어족을 잡기 위해선 관련 지역수산관리기구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준회원 자격을 통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역수산관리기구 가입이나 승인을 받지 않은 조업은 모두 국제법상 불법조업이다. 인도양참치위원회는 우리나라의 태평양과 함께 양대 참치 조업 수역인 인도양을 관리하는 국제기구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김 주무관은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2010년 7월 공무직(전문관)으로 해수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에 들어와 국제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수부 근무 중이던 2017년 3월 민간경력채용을 통해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오랫동안 국제기구에서 두각을 나타낸 활동을 해온 김 주무관은 다른 회원국의 추천을 받아 후보에 오른 후 33개국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주무관은 “한국 대표단에서 가장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덕분인지, 다른 회원국에서 한국 대표단 중 저를 의장으로 추천해줘 의장직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주무관은 지난 2018년 12월 세계 최대 참치조업 수역인 태평양을 관리하는 국제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의장에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해수부 근무 11년 만에 우리나라 참치 원양어선들이 조업을 가장 많이 하는 태평양과 인도양 참치수역 관리 국제기구를 모두 이끌게 된 것이다.

김정례 해양수산부 주무관(인도양참치위원회 의장). (사진=해양수산부)
김 주무관은 자신의 의장 선출 배경에 대해 “제 개인역량으로 의장이 된 것이 아니다. 한국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다른 나라에 의장국 자격이 충분하다는 신뢰를 보여준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는 “불과 20여년 전, 우리나라는 쿼터(조업할당량) 확보만 욕심내는 국가로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가능한 어업을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같은 국제사회 신뢰가 만장일치 의장 선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제적으로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UU)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과거 쿼터확보에만 매달리던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제도개편 등을 통해 준법조업 측면에서 굉장히 모범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지역수산관리기구의 가장 큰 목표는 참치 등의 어족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라며 “우리나라는 관련 데이터도 꾸준히 제공하고 고래류 보호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위원회의 올바른 의사결정 논의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장 선출 역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이 아닌 ‘국제사회 기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김 주무관의 설명이다. 김 주무관은 “우리나라의 어업정책도 지속가능어업으로 가고 있고, 국제사회 대응도 그런 측면에 맞춰야 한다”며 “물고기를 당장 1톤 더 잡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선 지속가능어업을 선도적으로 해 나가야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론 높아진 국가 위상이 산업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주무관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준법조업을 통해 잡은 참치를 소비하자는 ‘착한 참치 운동’ 움직임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준법조업국 이미지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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