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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와 CEO의 리더십

e뉴스팀 기자I 2021.05.28 06:00:00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자동차는 수많은 부품들로 만들어진다. 엔진이나 변속기는 말할 것도 없고 새시라고 불리는 자동차의 구조부도 수백 개의 부품을 조립해야 완성된다. 그런데 최근 테슬라에서 모델Y의 앞쪽 구조부를 하나의 틀로 찍어내서 완성하는 메가캐스트로 제작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원래 이 구조부는 300개가 넘는 부품을 조립해서 제작해야 했는데 이를 한 번에 찍어냄으로써 조립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의 무게도 10% 줄이고 주행거리도 14% 증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게만 해도 130kg이나 되는 이 구조부를 찍어내는 기계 또한 대단해서 집만 한 크기에 무게는 6000톤에 이른다고 한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 1월에 모델Y의 뒤쪽 구조부를 메가캐스트로 제작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앞쪽 구조부도 성공함으로써 자동차의 구조부 제작을 초 단순화하게 되었다. 앞쪽 구조부와 뒤쪽 구조부를 가운데 배터리팩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명이나 제품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지 공장에 이름을 붙이거나 그 이름이 알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테슬라는 공장에 기가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이름이 테슬라라는 사명이나 자동차 모델명만큼이나 뉴스가 되고 있다. 기가는 그리스어로 거대함을 뜻하는 기가스를 어원으로 하는 접두어인데 과학이나 공학에서는 십억을 나타내는 단위로 쓰이고 있다.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기가팩토리에서는 모든 것이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공장의 크기가 엄청나다. 네바다주에 있는 기가팩토리는 미식축구장 100개의 면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공장은 세계에서 부피가 두 번째로 큰 건축물로 이보다 더 큰 건물은 워싱턴주에 있는 보잉사의 비행기 제조 공장뿐이라고 한다. 이 엄청난 크기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7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미식축구장 100개 면적에 7000명이 있으니 축구장 하나에 70명만이 일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엄청난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이 공장에서는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13개 라인에서 일 년에 20억개 가까운 배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터리 제작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의 말에 따르면 완성된 배터리가 라인에서 배출되는 속도가 총알보다 빠르다고 한다.

테슬라의 공장은 왜 다른 자동차 회사의 공장과 이토록 차이가 날까. 유명세를 즐기는 CEO의 취향으로 치부하기에는 공장 투자에 들어간 자금이나 공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혁신을 설명할 수 없다. 테슬라가 기가팩토리를 만든 이유는 그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기자동차 혁신을 꿈꾼 신생 자동차 회사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 외에는 일반 대중을 위한 전기자동차 대량생산에 성공한 회사를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자동차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에서 수익을 취하려 하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의 수익원은 기존에 판매된 수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과 서비스이다. 신차는 또 다른 부품과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가를 보전하는 수준에서 최저 가격으로 판매한다. 테슬라와 같은 신생 자동차 회사는 부품과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없기 때문에 신차에서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기존 자동차 회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경쟁력 있는 가격에 차량을 판매하면서 수익도 올리려면 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는데 그 방법으로 테슬라가 찾아낸 것이 기가팩토리인 것이다.

기가팩토리는 이 세상에 없던 공장이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필요성이 이론적으로 도출될 수는 있지만 성공이 확실하지 않은 공장 건설에 5조 원이 넘는 투자를 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메가케스트로 구조부를 제작하자는 의사결정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자동화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때마다 일런 머스크는 몇 주씩 공장에서 잠을 자면서 문제 해결을 리드해야 했다. 이러한 CEO의 리더십이 있어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공장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작년에 테슬라는 50만 대 가까이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배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사운을 건 투자를 결정하고 공장에서 새우잠을 잔 CEO가 있었다. 그들이 있어서 오늘날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친환경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도 그런 리더십이 있는 CEO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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