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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너진 공직사회 기강, 무관용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논설 위원I 2021.03.12 06:00:0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의혹으로 불거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심 사례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광명·시흥지역에서 또다시 투기가 의심되는 LH 직원들의 명단이 무더기로 발견되는가 하면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 광명·시흥시 공무원, 세종시 시의원 등이 관련된 의혹이 부처와 지위, 지역을 막론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고 있다. 부동산 구입 과정에 대해서도 “노후대비용”이라느니, “가족이 구입해서 몰랐다”는 등의 변명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정의와 공정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지만 이번 사안은 공직사회부터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실증으로 보여준다. 부동산으로 ‘부’를 늘릴 수 있다면 개발정보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공직사회의 탐욕스런 인식이 만연한 현실에서 일반 국민에 대한 정부의 호소가 먹히지 않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이용해 ‘부’를 키우고도 버젓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거나 해당 공직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남 아파트 2채가 논란이 되자 사퇴하면서 ‘직’보다 ‘집’을 택한 모습은 공직자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다. 현역 의원 전체를 전수조사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조사가 진행돼 투기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선출직 자체를 되돌릴수는 없어 보여주기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어제 정세균 총리가 LH 사태와 관련한 1차 조사를 발표하고 “투기 공직자 즉각 퇴출 등 수사와 제도 보완 등을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의 투기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는 범죄”라며 “법으로 무겁게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부랴부랴 이해충돌 방지법 등 공직자 투기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법석이다. 하지만 이 모두가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뒤늦었지만 정부는 관용 없는 일벌 백계를 통해 무너진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국민들의 가슴속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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