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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일까 필연일까` 바이오株, 폭락 전 반복되는 전조현상

김대웅 기자I 2019.08.06 05:20:00

발표 직전 임원 주식 팔고 공매도 늘고
브로커 의한 사전 임상정보 유출 의혹
신라젠·에이치엘비·코오롱 등 악재 전 전조 반복

악재 발표 전 변화 내용(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신라젠(215600)이 개발 중이던 항암제 펙사벡이 임상 중단 사태를 맞으면서 증시에 또다시 바이오주(株) 쇼크를 불러온 가운데, 주가 폭락 전 의심스러운 전조 현상이 계속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대형 악재 전에 회사 임원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매도한 부분에 대해서는 불공정 거래 소지가 짙다는 지적이다.

◇ 대주주측 2천억 이상 현금화…14만 소액주주만 직격탄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격적인 임상 중단으로 주가가 폭락한 신라젠은 14만여명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겼지만 정작 회사 임직원들은 주식으로 배를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성공을 호언장담하던 회사 측을 믿은 개인 투자자만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다.

먼저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지난달 8일 보유 중이던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0.25%)를 전량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총 처분금액은 약 88억원에 달했고 처분 기간은 지난달 1일부터 5일까지였다.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임원의 지분 매각 소식이 시장의 우려를 키웠지만 회사 측은 “신 전무의 매도는 세금 납부와 개인적인 채무 변제 등을 위한 것이고 임상에는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모두 156만2844주를 1주당 평균 8만4815원에 매도했다. 임상 기대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보유 중이던 지분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 내다 팔며 1300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것이다. 최대주주인 문 대표와 특별관계자인 이들의 매도 물량까지 합치면 2000억원을 넘어선다. 당시 문 대표 또한 세금 납부라는 이유를 들며 해명에 나섰다.

신라젠은 대표 뿐 아니라 직원들도 주식으로 호사를 누렸다. 누적된 적자로 현금 부족에 시달렸지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대량으로 발행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 것이다. 지난 4월 신라젠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상당수의 직원이 가파르게 오른 주가 덕분에 1인당 수십억원의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을 챙겼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직원들을 상대로 스톡옵션 파티를 벌였다.

◇ “임상정보 빼내려는 브로커 활개”

이뿐 아니라 신라젠은 악재가 터지기 전 대차잔고가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아 임상 결과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신라젠의 대차잔고비율은 지난달 들어 43%대까지 치솟으며 상장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신라젠의 대주주는 공매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올 초 30% 수준이었던 대차잔고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40%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신라젠의 총 발행주식수는 7057만여주로, 이 가운데 대차잔고가 3050만주를 넘어섰다. 대차잔고비율은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로, 대차거래는 주로 공매도를 위한 경우가 많아 공매도 대기물량으로 간주된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회사 임원이든 공매도 세력이든 임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행동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덩치가 큰 바이오 상장업체의 경우 임상 정보를 사전에 빼내 이를 활용하려는 브로커들이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 잇따르는 전조현상…“바이오업계 신뢰 무너져”

바이오 기업의 주가 폭락 전 이같은 전조 현상은 비단 신라젠의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에이치엘비 역시 임상 지연 소식을 공개하기 직전 공매도가 과도하게 급증해 회사 측에서 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에이치엘비는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에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이에 앞서 회사 임원들이 퇴사하고 대표이사가 연거푸 변경되는 등의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전격적으로 허가 취소되는 일을 겪은 코오롱생명과학도 사전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수개월 전 돌연 사임했을 뿐 아니라 회사 임원들이 줄줄이 국적을 변경해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또 지난 2016년 한미약품은 계약 해지 소식을 늦게 공시했을 뿐 아니라 정보가 내부 직원을 통해 사전 유출되면서 주식을 미리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처럼 악재 공표 전 이상 징후는 바이오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악재는 과거 건설 호황기 부실공사로 무너져 내렸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사고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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