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혁 “한-아세안, 윈-윈 관계로 단단한 토대 쌓아야”

장영은 기자I 2019.03.17 09:26:06

이혁 한ㆍ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인터뷰
“신남방 정책 경제전략이면서 다양한 분야서 관계 심화 위한 비전”
“아세안, 전략적 요지…북핵 관련 회담 아세안 국가서 열릴 수 있어”
“韓기업 진출시 컨설팅 꼭 받아야…지역사회서도 모범적인 모습 보여줄 필요"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정치부장, 정리=장영은 기자] “신(新)남방 정책은 정부의 경제전략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적인 방향으로 한-아세안 관계를 심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적인 관점 뿐 아니라 외교·안보·문화 인적교류 측면을 모두 봐야 한다”

이혁 한ㆍ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세안 지역의 중요성이 경제적인 가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가 보다 폭 넓은 분야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심화·발전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젊고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는 새로운 경제 영토, 신성장 동력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아세안 지역은 외교·안보 협력, 문화 교류 측면에서 미래 동반자로 잠재력이 풍부한 주요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이혁 한-아세안협력센터 사무총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간의 상호 호혜적인 발전을 강조했다.
중국 부상에 대응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아세안 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눈여겨 보고 있다. 이혁 총장은 아세안 국가들과 북한과의 관계,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국제 안보회의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 등을 고려할 때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아세안 지역의 협력과 지지는 중요하다고 봤다. 이 총장은 “ARF는 각료급이지만 유일하게 북한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의체이고, 그런 점에서도 아세안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건 그만큼 아세안이 앞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물론 경제 분야는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이혁 총장은 이미 우리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을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꼽으면서 단기간 내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이 갖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한류라는 자산을 활용하면 시장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총장은 또 아세안 국가들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는 △부채 비율 등 기업 재무 상태 등과 관련 전문 컨설팅을 꼭 받을 것 △한국기업간 과당경쟁을 피할 것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일 것 등을 당부했다.

◇ 아세안, 韓에 경제적·안보적으로 중요한 파트너

-아세안은 한국의 2대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정부에서도 현재 성장 동력이 고갈돼 가고 있는 우리 기업에 아세안 지역이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아세안 10개국은 인구 6억 4000만명, 2조 7000억달러의 거대 공동체다. 연평균 성장률은 5% 대, 평균 연령은 30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이 1940년대부터 진출해 있다. 지난해 한-아세안 교역액은 160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 교역 상대이다. 특히 무역수지(흑자)가 405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대(對)아세안 투자액은 61억달러로 미국, 유럽엽합(EU)에 이어 세번째 투자 대상지다.

중국은 이미 전자·조선·반도체 등에서 한국의 경쟁국이 됐고 중국과의 정치 갈등·생산비용 증가·자국기업 중심의 지원 등으로 인해 중국내 사업 환경이 어려워졌다. 반면, 아세안의 다수 국가들은 아직 외자 유치를 통해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통한 상호 호혜적 경제협력이 가능하다.

-아세안은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안보적으로도 중요하다.

△아세안은 굉장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지에 있다. 남중국해를 통해서 세계 물동량의 30%가 이동하고, 우리 석유 수입의 90%가 그쪽을 통해서 들어온다. 예전부터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안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이 석유 금수 조치, 일본인 자산 동결 등을 했는데도 전쟁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동남아 석유자원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미국도 세계 안보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동남아를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본다.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각국이 적극 참여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올해 첫 순방으로 아세안 3개국을 택한 것은 의미있는 행보인 것 같다. 한-아세안 협력 관계가 북·미, 남·북 관계 개선에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오랜 고립 속에서도 ARF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세안이 북한이 다자 외교활동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북핵 4자 회담 등이 제네바 등 유럽에서 열렸지만 앞으로 이런 회담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아세안 국가들이 모두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고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5개국은 북한에 상주 대사관도 있다. 특히 아세안은 비동맹적·중립적인 입장을 항상 취해왔기 때문에 북한도 거부감이 없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이혁 사무총장은 아세안 지역이 경제적인 가치 외에도 외교·안보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 “우리기업 진출시 컨설팅 필수…인니·미얀마도 눈여겨 봐야”

-아세안 지역에는 이미 중국과 일본 기업이 많이 진출해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데, 현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예전부터 아세안을 ‘뒷마당’(back yard)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거부터 강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중국 또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세력을 확장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이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영향력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빠른 시간 내에 산업화를 이룩하고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성장한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국은 아세안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이러한 ‘긍정적 자산’을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우리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교 문화권이라는 문화적 동질성도 있었지만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비교적 늦게 이뤄진 것이 컸다. 일본, 중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적극 진출했던 거다.

-베트남 외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서 경쟁력이 있을 만한 시장을 꼽아 달라.

△베트남 외에는 일단 2억6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 시장을 놓칠 수 없고, 인구 1억의 필리핀도 경제규모 면에서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는 아직 정치적인 상황이 좀 복잡해서 어렵지만 천연자원, 국토 크기 등 잠재력에 비해 개발이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아 눈여겨 봐야 할 시장이다. 일본은 미얀마를 ‘마지막 프론티어’(last frontier)로 꼽고 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진출을 먼저 해서 기반을 닦아주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아세안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조언을 해준다면?

△베트남의 경우 정부에서 국영 금융기관을 매각하려고 하는데, 사실 국영기관이기 때문에 부실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외에도 외국이고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보니 리스크가 있다. 해외에 진출할 때는 전문회사의 컨설팅을 꼭 받아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컨설팅 비용을 쓸 데 없는 비용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제대로된 진단을 받고 진출 계획을 짜야 한다. 한국 로펌들도 많이 진출해 있다.

또 의류·건설 업계를 보면 한국기업들끼리 과당경쟁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끼리 경쟁이 붙어서 가격을 낮추고 덤핑도 하는데 경계를 할 필요가 있고, 한국 기업들이 많이 안 들어가 있는 분야나 업종을 찾아서 진출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아울러 모범적인 동포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기여도 해야 하지만 그 나라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어디를 가든 우리가 객(客)이지 주인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사업을 한다고 돈이 조금 더 있다고 비하하고 무시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신의를 지키고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가야 토대가 든든해지고 장래에 더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