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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화웨이를 견제하나…IT기술패권 쟁탈전

김인경 기자I 2019.02.28 00:00:00

中 화웨이, 美 정부 보이콧에도 자신감 피력
제조 2025 기반으로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 기반
IT산업 생태계 구축되며 드론·항공우주 등에서도 성장
"화웨이 사태 본질은 中기술패권 두려워하는 美의 공포"

화웨이는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바르셀로나 몽주익에서 행사를 열고 자사 5G 폴더블폰인 ‘메이트X’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5세대 이동통신(5G)에서 화웨이가 빠진다는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빠진다는 것과 같다” (라이언 딩 화웨이 통신장비사업 사장)

미국이 중국의 IT굴기에 불만을 피력하며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5G 패권을 미국이 되찾아오긴 힘들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앤디 웡 홍콩 중문대 경영대학원 부원장은 “미국이 화웨이를 향해 안보 우려를 제기한 것을 뜯어보면 화웨이가 전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이용해 미국의 안보를 해치고 스파이행위를 하는 ‘백도어’를 일삼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마이크펜스 부통령이 직접 동맹국을 향해 화웨이 견제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의 견제에도 자신감을 피력한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는 “미국은 우릴 무너뜨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기술력에서 다른 업체들을 1년 이상 앞서 있음에도 오히려 가격은 90% 수준에 불과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국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모바일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MWC2019’에서도 중국의 굴기는 이어진다. 화웨이와 샤오미, ZTE, 로욜, TLC 등 중국 업체들은 전세계를 상대로 5G 최신 기술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과거에 저가 스마트폰을 양산하며 삼성과 애플의 기술을 베끼기 급급했지만 이제 세계 최초의 정맥인식(화웨이),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로욜)을 중국업체가 선보이는 등 스마트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IT굴기의 힘은 단연 중국 정부가 주도한 ‘제조2025’가 숨어있다. 제조2025란 2015년 중국 국무원이 양적 제조업 강국에서 질적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5G 기술을 비롯한 IT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정책이다.

이후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이들 산업을 육성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들이 세계 IT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연구개발(R&D) 인구도 급증했다.

처음에는 시장이 커진다고 반기던 미국도 중국이 IT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하자 태도를 바꿨다. 중국 기업이 미국벤처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한데다 일부 기업에선 기술을 훔쳐가는 산업스파이 행위까지 벌여서다. 이에 미국은 무역전쟁 내내 ‘제조2025’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IT를 부흥한 것은 중국정부의 보호와 육성 때문만은 아니란 점을 미국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억 인구와 교육열을 바탕으로 한 인재의 힘,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스타트업에 구애하는 세계 벤처캐피탈(VC)의 열풍도 중국 IT의 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IT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며 5G뿐만 아니라 드론, 항공우주, 바이오 등 다양한 4차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 문제의 본질은 중국의 정치체제 속에도 IT가 성장하고 기술력으로 무장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미국 정부의 공포”라며 “기술패권을 두고 성장하는 중국과 지키려는 미국의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AFPB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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